opinion 239

'조국'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명료해지기는커녕 미궁과 의혹이 꼬리를 문다. 알고 있을만 한, 아니 알고 있어야 하는 쪽에서 설명하기를 회피하고 있으니 인민들은 음모론에 솔깃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어찌나 답답한지 저쪽에서 원하는 게 음모론으로 정국이 혼탁해지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저쪽에서 뭔가 감춰야 할 게 있는 건 분명해 보이는데. 그들의 은폐를 위해 무고한 병사들의 목숨이 희생당한다는 것이 참 가카스럽다. 어떤 추악한 음모 때문이든 아니면 위기관리의 무능력 때문이든, 이 상황에서 분명해지는 건 딱 하나다. 대한민국 군대가 인민의 자식들에게 '애국' 어쩌고 '조국' 어쩌고 하는 게 개지랄이었다는 걸 국방부 스스로 자백한 꼴이다. 오늘 기사를 보니 실종자 가족 인터뷰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엊그제 2함..

opinion 2010.03.31

연대의 시작

지난 2월27일 한국젠더법학회가 주최한 ‘저출산 시대, 낙태를 처벌해야 하나’ 세미나에 참석한 김은애 홍익대 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원치 않는 임신을, 여성이 과연 혼자 하는 것인가’ 먼저 반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흔히 낙태를 비난하는 이들은 ‘문란한 성 관계’가 원치 않는 임신을 낳았다고 간주한다. 그러나 하다못해 여성이 피임을 요구할 ‘성적 측면에서의 자기 결정권’을 제대로 갖고 있느냐고 김씨는 되묻는다. 2005년 복지부가 고려대 의대에 의뢰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혼 여성 낙태는 연간 19만 건(58%), 미혼 여성 낙태는 14만 건(42%)으로 기혼 여성 낙태율이 더 높다. 기혼 여성도 이렇게 피임에 실패하는 것이야말로 성 관계에서 여성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opinion 2010.03.30

지붕킥은 명품 좌빨 시트콤

TV 보기를 돌 같이 하는 나도 꼬박꼬박 챙겨본 것이 바로 이다. 시트콤이 나를 웃기고 울리는 '작품' 노릇을 할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다양한 사회문제를 절묘하게 건드리고 가는 걸 보면서 좌빨 성향의 불경스런(?) 시트콤이 아닌가 의심을 했는데, 마지막회에서 본색을 확 드러낸다. 지붕킥은 계급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좌빨 시트콤이 분명하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지훈의 자가용 안에서 세경의 슬픈 사랑 고백을 빙자하여, 지붕킥은 '내가 바로 좌빨 시트콤이오!' 하고 자백하고 만다. 검정고시 보고 대학 가고 싶었다며, 계급의 사다리를 한칸 더 올라가고 싶었다던 세경이. 하지만 자신이 한 칸 올라섰을 때 그 밑에 다른 사람이 있겠구나 생각이 들더라는 세경이. 부잣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면서 식탐 많은 동생이 먹을 것 ..

opinion 2010.03.22

연애는 화폐로 하는 것인가?

우리 시대의 연애가 썰렁해진 건 무엇보다 '차이'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수준은 물론 학벌, 가족관계, 거기다 외모까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 어떻게 열정이 폭발하겠는가. ...사랑에 빠지기에는 둘 다 몸이 너무 무거운 탓이다. 자가용과 아파트, 그럴듯한 직업과 연봉 등이 척도가 되는 한 몸은 한없이 무거워진다. 동시에 욕망은 잠식되어간다. 화폐야말로 욕망의 흡혈마왕이라는 것, 잊지 마시라. 그러니 이 화폐가 쳐놓은 저지선을 뚫지 않고서야 어찌 사랑의 열정을 누릴 수 있겠는가? ...쇼핑은 자가용에 대한 욕망과 포개진다. 쇼-쇼핑-자가용, 이렇게 이어지는 회로를 차단하는 것도 화폐 권력과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틈나는 대로 걸어야 한다. 아니면 자전거를 타거나. 사랑..

opinion 2010.03.22

또 EBS냐? 됐고!

가카께서 EBS 본사를 방문하시어 가라사대, "사교육을 없애자는 게 정부의 목표" 이건 뭐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올바르지도 않아. 사교육을 없애긴 왜 없애? 문제는 사교육의 존재 자체가 아니야. 사교육이 비정상적인 광풍으로 몰아치면서, 공교육과 상호보완적 관계가 아니라 배타적, 파괴적 관계가 되는 것이 문제인 거지. 물론 돈으로 쳐바를스록 고급 사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불평등도 문제이지만, 일단 제쳐두고. 학교 정규수업, 방과후 수업, 보충 수업 등으로는 학습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사교육도 있어야 하는 거야. 학교가 모든 학생의 학습을 완전히 책임질 수는 없어. 물론 학교는 그걸 지향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사교육을 없앤다는 되도 않는 소리나 할 것이 아니라, 공교육 정상..

opinion 2010.03.19

징그럽지만, 또.

징그럽다. 징허다, 징해. 허벌나게. 어쩜 세월이 지나도, 당하고 또 당해봐도, 때가 되면 똑같은 소리들인지. 무서울 정도로 답답하구나. 선거가 닥쳐오니까 진보신당을 코너에 몰아넣고 역적이라고 다구리 놓는 걸 두고 하는 소리야. 반MB? 좋다. 좋아. 완전 동의한다. 근데 반MB가 야권연대의 목적과 가치의 알파요 오메가는 아니잖냐. 그냥 한나라당 후보만 떨어지면 그걸로 만사 OK 되는 거야? 뭘 위해서 반MB를 하는 건지가 중요한 거잖아. 무상급식도 하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하고, 개미 오줌만 한 복지제도도 확충하고, 조세개혁해서 부자들 세금 더 내게 하고, 4대강 삽질도 막아야 하고, 해야 할 일 많다. 이런 거 하려고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막겠다는 거 아니냐? 그렇게 해서 MB를 심판하겠다는 거잖..

opinion 2010.03.17

기고를 접다

프레시안은 변호사 김용철씨의 책 와 관련된 릴레이 기고를 받고 있다. 나도 좀 할말이 있을 것 같아 기고를 작심하였으나, 접었다. 써놓고 보니 글이 마무리가 안된다. 뻔한 결론을 짓기도 뭐하고. 임팩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대충 정리해서 기고할 수도 있으나, 프레시안의 사회적 위신(?)도 고려해야 하고. 그래서 접었다. 솔직한 이유는 對 프레시안 기고전에서 2전 2승 기록인데, 3전 2승 1패로 만들고 싶진 않아서다. 1패보다는 전승 기록이 더 나으니까. ㅋ 지난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허경영씨는 두 눈이 번쩍 뜨일 만한 공약들을 내세웠다. '결혼하면 신랑, 신부에게 각각 5천만원씩 지급', '출산시 양육비 3천만원 지급', '60세 이상 노인 전원에게 매월 건국수당 70만원 지급' 등 ..

opinion 2010.03.17

말이 통해야

광범위한 사례연구에 의하면 결혼에 대한 만족도는 성격, 지능, 학력, 수입, 외모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답니다. 정서적으로 친밀하고 대화가 잘 통할 수 있는 부부의 결혼 만족도가 제일 높다네요. 하지만 이런 유의 결론에는 늘 크고 작은 이견(異見)이 뒤따릅니다. 돈을 많이 벌어 오면, 한예슬만큼 예쁘면, 모태범처럼 명랑한 성격이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가졌으면... 친밀하지 않고 대화가 안 통한들 그게 무슨 대수냐는 거지요. 그 정도는 능히 참고 살 수 있다 생각합니다. 착각(錯覺)입니다. 자동차 매장에서 디자인, 성능, 가격을 까탈스럽게 따진 뒤 아직 운전 면허증이 없다고 얘기하는 격입니다. 성능 뛰어나고 디자인 마음에 들고 가격 적절하다면 그깟 면허증이야 무슨 문제냐는 거겠지요. 명백한 착각..

opinion 2010.03.11

노회찬과 조선일보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조선일보 창간 9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것에 격한 비난이 쏟아지는 사태에 대하여. 1. 노회찬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당신에게 일부에서는 소녀시대가 참석한 것에 대해서는 '니들이 뭔 죄가 있겠냐, 소속사가 나쁜 색키'라고 감싸준다. 이런 애정과 관대함의 1할이라도 노회찬한테 베풀었으면 한다. 진정 당신이 노회찬의 지지자였다면. 정치인을 지지하고 말고 하는 것이 그렇게 간단히 손바닥 뒤집 듯 하는 것인가? 그게 무슨 지지자인가? 진정한 지지자는 대상이 잘못했을 때 따끔하게 비판하고 더 철저한 관심과 연대를 보여서 잘못을 바로 잡도록 만든다. 그게 좋은 지지자다.라고 생각한다. 노회찬의 행동이 못마땅하고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건 당연히 각자 자유다. 그런데 '노회찬을 지지했는데 이번에 ..

opinion 2010.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