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39

김예슬

'돈,돈,돈' 하거나 '그래도 현실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다르게 살면(또는 다르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어'라고 명랑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거다. 그래서 올해 초에 일어난 '김예슬 선언'은 사적인 결단이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어마어마한 화두를 던진 사건(?)이다. 행복은 어떤 조건을 가졌을 때보다는 어떤 것을 내던졌을 때, 어떤 것들과 결별하는 결단을 내렸을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지 않겠냐는 물음을 김예슬은 던졌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김예슬'은 회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opinion 2010.07.14

성폭력의 본질은 권력관계

남자가 여자에게, 교사가 학생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직장상사가 직원에게, 상관이 부하에게, 고참이 쫄병에게, 교사가 교생에게, 남자애인이 여자애인에게, 정치인이 연예인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어른이 아이에게, 사장이 알바생에게, 군인이 민간인에게 저지르는 것이 성폭력이다. 그 반대의 경우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성폭력의 본질은 '성욕'이 아니라 권력관계 아래 벌어지는 '폭력'이기 때문이다. '참을 수 없는'(?) 성욕 때문에 성폭력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자신보다 약자이기 때문에(보복이나 처벌을 당할 가능성이 낮다고 믿기 때문에) 성폭력은 저질러질 수 있는 것이다. 성욕은 성폭력의 의도를 품게 만들 수는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데 결정적이지는 않다. 남자 신입사원이 여자부장에게 성욕을 품을..

opinion 2010.07.12

언제부터 여성을 위했다고

요즘 TV, 책, 인터넷 등을 보면 여성 심리에 대한 콘텐츠들이 종종 눈에 띤다. 전문적인 심리분석도 없진 않지만, 많은 것들이 오락성 짙은 심심풀이 같은 것들. 특히 TV 프로그램에서는 오락과 가십을 더 부각시키는 것들이고. 대개 '화성남자 금성여자'의 예능 버전들이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제한적으로 다뤄지는데, 연애하는 또는 결혼중인 젊은 여성에 국한된다. 그래야 잘 팔리니까 뭐라 할 일은 아니다만. 여하간 엄마의 심리 이런 건 소재가 되지 못한다. 사회적으로나 가족적으로나 '엄마'들은 '여성'을 박탈당하고 살아가니깐 뭐. 그건 그렇고. 그냥 오락으로 생각하고 웃고 넘기거나 간혹 '맞아 맞아' 하는 것들도 없진 않다. 하지만 이것들을 자신의 실제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좀 위험하다. 그닥 효과적이지도 ..

opinion 2010.06.29

긴급출동 소방차 앞에서 문자질 하는 운전자

살다보면 열받는 장면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나의 이익이 직접 침해받은 것도 아니고, 나의 취향에 거슬리는 것도 아니며, 나를 귀찮게 구는 것도 아닌데도 화딱지 나는 일. 오늘 보도를 걷고 있는데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난다. 보니까 소방차가 사이렌을 쩌렁쩌렁 울리며 긴급 출동하는 중이다. 앞에 다른 차량들이 있어서 경적까지 울리며 앞으로 나가려고 애를 쓴다. 이럴 때 한국사회에서 아주 익숙한 풍경은 이렇다. 긴급차량이 가거나 말거나 대부분의 자동차는 여느 때처럼 제 갈길 고집한다. 교차로에서 자기 신호 떨어지면 기어이 진입하신다. 긴급차량이 오거나 말거나 이럴 땐 교통신호 꼬박꼬박 지켜주시는 센스. 이거 아주 고약한 짓이다. 누군가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을 수 있고, 누군가의 소중한 집이 불타..

opinion 2010.06.24

진보를 밟는 사람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고는 '나를 밟고 진보로 가라'였는데, 사람들은 진보를 밟고 노무현 시대로 돌아가려 한다" 한국사회당 전 대표 금민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런 당도 있느냐 할 사람이 많겠다만. 진보신당보다 더 왼쪽에 있는 정당이다. 1998년 청년진보당에서부터 출발했으니 민주노동당보다 더 오래된 정당이기도 하다. 물론 이번 지방선거 때 유효득표 2%를 넘지 못해 선거법상 등록이 취소되긴 했으나, 한국에서 가장 왼쪽에 있는 정당이다. 그건 그렇고. 지방선거를 앞뒤로 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가장 선명하고 간결하게 드러내는 명문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노무현 시대는 마음껏 대통령 욕할 수 있는 아름다운 민주주의의 시절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노무현 시대는 거리에서 농민들이..

opinion 2010.06.17

남탓 말고 자기반성 좀!

한명숙 결국 안됬구나. 우리 편은 아니다만, 수고하셨수. 그나저나 서울 경기 둘다 져버리니까, 자칭 '민주개혁세력'들은 아주 정신줄을 놓는 것 같다. 지들이 준비 부족했고 인민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은 없고, 희생양 찾기에 혈안이구나. 가장 손쉬운 희생양은 당연히 진보신당이고. 좀 말이나 되는 소리를 하면서 남탓 하면 속타는 심정이라도 이해해줄텐데. 이기면 노풍 탓이고, 지면 단일화 거부한 진보신당 탓이고. 세상 참 편하게 산다. 사퇴해준 경기도에서도 지니깐, 사퇴가 너무 늦었다고 지랄이네. 압권은 경기도에서 무더기로 쏟아진 무효표가 다 진보신당 때문이라고 남탓 하는 거. 무효표가 18만표가 넘게 나온 것 같은데, 경기도에서 진보신당 당원이 1천명 조금 넘는 것으로 안다. 그 넘 말대로 진보신당이..

opinion 2010.06.03

개표방송 중간 후기

1. 진보신당은 아예 찾아볼 수도 없는 개표방송 따위 재미 없다. 당선 확실이라고 강운태 따위 인터뷰나 내보내고. 에잇. 그래도 MBC가 뭔가 노력은 한 것 같다. 그닥 재미는 없어도 최일구 아나운서가 개그도 하려고 하고 애쓴다. 1위와 2위 후보를 보여주는 화면에서 후보들이 권투 자세 취하는 거 좀 깬다. 나중에는 1위 후보가 주먹을 불끈 쥐는 포즈를 취하면 2위 후보가 박수 쳐주는 화면이더라. 아놔. 의도는 가상하나 쫌 유치함. 2. 아직 결과는 안 나왔지만, 대략 추세를 보면 중요한 코드 두 가지가 나온다. 경상도와 60대. 진보정당이든 민주개혁세력이든 이 두 코드를 어찌 하지 못하면, 곤란하겠구나 싶다. 이걸 단순히 지역주의 선거라는 둥, 한나라당에 속고 있다는 둥 하는 식으로 이해한다면 백만년이..

opinion 2010.06.03

심상정을 울린 씨발놈들

어제 오후부터 심상치 않은 소식들이 들리더니, 오늘 일이 나긴 났구나. 심상정 후보가 사퇴하고 거기다가 유시민 지지까지 호소해버렸다. 당원도 아닌 내가 봐도 분통 터지고 서글픈 일인데 진보정당 가시밭길에 몸 바쳐 시간 바쳐 돈 바쳐, 그러니까 인생을 바쳐온 당원들 속은 오죽하겠냐. 지금 쏟아지는 당원들의 격한 반응을 심상정은 온전히 받아야 할 책임이 있다.(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 것이고 그럴 자질도 충분한 사람이다) 솔직히 욕을 안할 수가 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보수정당의 '비판적 지지' 사기극에 한줌도 안되는 진보정당의 씨를 희생해야 한단 말이냐. 씨발놈들. 한두번도 아니고. 선거 때마다 존나 짜증난다. 실력이 안되면 안되는대로 인민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거 아니냐. 평소엔 반성도 성찰도 정책..

opinion 2010.05.31

저질 선거

1. 언제쯤에나 제대로 된 선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득하다. 북풍, 노풍, 역풍. 풍풍풍. 무슨 아라한장풍대작전도 아니고. 저기서도 바람, 여기서도 바람. 바람만 불어대는 저질 선거다. 뭐 모든 바람이 나쁜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북풍 따위는 고약한 냄새 풍기는 더러운 바람이라는 건 명약관화한 것이고, 노풍은 이해되는 면도 있다. 그래도 바람을 전면에 내세워 선거를 치르겠다는 건 좀 얕은 수이고, 정치발전이나 인민의 이익과는 꽤 거리가 멀다. 바람이 불면 정책과 공약이 설 곳은 사라진다. 더군다나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이 되어야 하는 건 씁쓸한 일이다. 하긴 선거 역사상 모든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대리전이었다. 재보궐 선거마저 아무개 정권의 심판, 중간평가 따위 논리로 평정되다시피 했으니...

opinion 2010.05.27

투표의 기준

6·2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운동이 내일부터 시작한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진보신당에 대한 후보단일화 압박이 협박 수준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긴 하다. 늘 그래왔으니 어쩌겠냐 싶기도 하고. 그 놈의 '비지론'은 어찌 된 게 세월이 갈수록 줄어들기는커녕 더 심해지는지 모르겠다. 여하간 선거라는 게 존재하는 한 '비지론'의 생명도 영원할 것 같긴 하다. '비판적 지지'론을 줄여서 '비지론'이라고 하는데, 자꾸 콩비지가 떠오른다. '싼게 비지떡'의 '비지'가 '비지론'의 '비지'와 가장 가까운 뜻으로 통하지 않을까 싶다. 뭔 소리냐. '비지론'으로 얻을 수 있는 건 비지떡 수준이다 뭐 그런 소리다. 이런 말 하면, '닥치고 단일화'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지금은 비지떡이라도 지켜야 할 시국이다'는 식으로 겁을 주겠..

opinion 2010.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