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39

EBS 수능강사 어록(?)

EBS 수능강의를 듣다보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고 할 어록(?)들이 있어 몇가지 정리해둔다. 얼마전에 '군대비하' 발언으로 EBS 강사 쫑 나고, 네티즌한테 흠씬 두들겨 맞은 여교사가 있었다. 나로서는 도대체 그렇게 커다란 문제였는지 알 수 없지만 뭐 그런 일이 있었다. 내 생각엔 오히려 아래 발언들이 더 문제가 아닌가 한다. 강의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교수능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육적인 의미가 있을 때 그렇다. 교사는 교육자이지, 개그맨은 아니잖아. 1. 한정치산자와 금치산자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수차례 '맛이 갔어', '맛이 간 사람'이라고 함. 두말 할 것 없이,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비하하는 발언. 개념을 쉽게 설명하려는 의도이겠으나,..

opinion 2010.09.10

운동가

아직은 이른 말인지 모르겠지만. 시원해지긴 했다. 한낮에는 여전히 염천(炎天)이긴 하다만, 아침과 밤의 공기는 사뭇 시원하다 할만 하다. 한여름의 그것에 비하면. 아무렴. 모두에게 힘든 여름이긴 했다. 폭염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었고. 하늘이시여, 밖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은 어쩌라고! 우리 엄마조차 '기후변화'를 거론하며 '오메 오메 뭔 놈의 날씨가 이런다냐' 했으니까 뭐. 엄마한테 '기후변화'란 말을 들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ㅋ 우리 세대는 그렇다 치고,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자동차와 에어컨 사용을 좀 줄이는 최소한의 행동을 해야 할텐데. 해를 거듭할수록 집집마다 에어컨 없인 살 수가 없는 여름이 될 것이고. 자동차는 여전히 늘어날 것이고. 에어컨은커녕 최소한의 주거복지도 제공받지 못하는 서울의 ..

opinion 2010.09.06

자세

갈등과 불만을 일으키는 원인은 대부분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종종 이해하려는 자세조차 불성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살다보면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보다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게다가 죽었다 깨나도 절대 (당사자 만큼)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예컨대, 임신과 출산에 대하여 여성들이 갖게 되는 복잡다단한 심리를 남성은 여성 만큼 이해하지 못한다. 남성들이 군대에서 겪어야 하는 좆 같은 일들이 남성의 영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성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버려두자는 건 온당하지 않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과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너도 애 낳아봐라' 하거나, 남성이 여성에게 '너도 군대 가봐라' 하는..

opinion 2010.08.23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가카의 사람들

명박의 사람들은 피디수첩을 한번 꺾어주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그들의 더러운 짓 덕분에 피디수첩은 날개를 달게 된 형국이다. 못보게 했으니 봐야겠다는 사람들은 많아질 것이고. 그냥 방송하게 뒀으면 한동안 논란이 되다 말거나, 기껏해야 몇몇 하수인들 내세워 도마뱀 꼬리 자르면 그만이었을 일을 대놓고 키운 꼴이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제 할 일 성실히 하는 언론인들이었을 피디수첩을 정의로운 저널리스트로 만들어준 건 명박의 사람들이다. 피디수첩이 평범한 프로그램이라는 말은 아니고. 권력에 대한 감시견은 고전적이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언론의 임무라는 뜻. 이게 방송 못하게 한다고 감춰질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학살자가 대통령 하던 시절, 80년 5월 광주를 담은 비디오테잎이 몰래몰래 전국을 돌았다. 지금과는 비..

opinion 2010.08.19

주장

1. 현실이 시궁창일수록 당연하고 상식적인 주장은 비현실적이고 급진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2. 체벌과 성매매를 금지하는 일이 찬반논쟁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슬픈 현실이다. 금지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금지는 당연한 일이고, 그 후의 대책을 가지고 논쟁할 일이다. 이제 진도 좀 빼자구. 3. 살면서 진실이 진실로써 드러날 때 상황이 더 나빠지는 때가 있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지만, 진실보다 거짓이 필요할 때가 오는 법이다. 애석하게도 늙을수록 그런 때가 늘어나고 거부감은 줄어들며, 능숙해진다. 적어도 사적 삶의 영역에서는 그렇다.

opinion 2010.08.11

악순환

'믿을 건 돈 밖에 없다'는 이념은 꼭 돈의 힘이 막강하다거나 돈이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돈에 대한 물신화된 이념은 돈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이 팍팍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 삶이 그닥 들뜨지 않고, 편안하지도 않고, 느긋하지 않으며,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에는 신경을 곤두세우면서도 정작 타인의 고통에는 연대하지 않게 되면서 믿을 건 돈 뿐인 재미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다시, '믿을 건 돈 밖에 없다'는 이념은 우리 삶을 팍팍하게 만들고, 타인과의 연대는 '손해'라는 차가운 계산을 하게 만든다. 악순환이다. 아무리 일해도 행복은 멀어지는 더러운 악순환.

opinion 2010.08.10

방학

지난 몇년 동안 방학 때면 나오는 단골 언론보도 중 하나가 밥 굶는 아이들에 대한 것이었다. 학기 중에는 급식지원을 받지만, 방학이 되면 그마저도 끊긴다고 지적하는 보도들. 근데 올 여름방학 때에는 다른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초딩'도 계급사회…우주비행 체험 vs PC방 '메뚜기' 맞벌이를 해야 하는 가난한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는 '재미없는' 공부방이나 PC방을 전전한다. 부자 부모를 둔 아이는 해외연수를 다녀오고 영어, 수학, 피아노, 논술, 수영 등 사교육마저 전인교육(?)을 받는다. 이런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경쟁력 있는 스펙을 소유하게 되고, 외고나 과학고, 자립형사립고 따위에 진학할 것이며 결국 최상위 서열의 대학을 졸업해서 돈과 권력의 노른자위를 어렵지 않게 차지할 것이다. 그렇게..

opinion 2010.08.07

토박이

이재오의 귀환. 2012년 대선 때 박근혜와 한판 붙을지도 모르는 격전의 서막이 오른건가.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한나라당은 누굴 선택할까. 이재오의 승리에 5백원 건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런 것이고. 이재오 당선에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은평 40년 토박이', 요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장상이나 천호선이나 이상규나 그냥 날아든 사람들 아니냐. 금민도 마찬가지고. 은평 주민들에게는 MB심판이고 정책이고 뭐고 간에 '넌 뭐냐' 싶은 그런 느낌이 가장 먼저였지 않을까. 진보정당이 동네에 뿌리를 내리고 민심을 얻는 인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건 좀 심각한 문제다. 진보, 좌파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중앙보다는 지역, 집중보다는 자치 같은 걸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

opinion 2010.07.30

국가와 징병제를 까야지

군대 문제로 남자와 여자가 패를 갈라서 싸우게 되면, 국가만 좋은 일이다. 게다가 이런 식의 프레임은 문제해결은커녕 감정싸움만 영원히 반복하게 할 뿐이다. 군대 갔다온 남자들의 피해의식은 당연한 거다. 그 피해의식을 툭 건드리면 분노하는 심정도 이해 못할 거 없다. 하지만 군필자들의 피해의식을 건드린 개인에게 분노를 터뜨려봤자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다. 오히려 철없는 개인이 튀어나올 때마다 군필자들의 분노는 재생산되고, 무지막지한 폭력으로 만만한 개인을 짓밟아놔야 잠잠해지는 식으로 되풀이 될 뿐이다. 남자를 군대로 끌고 간 국가는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을 것이고. 군필자들이 분노하고 까대야 할 것은 'EBS 강사'가 아니라 국가와 징병제다. 한 개인에게 화를 내는 식으로는, 징병제를 더욱 견고하게 유지시..

opinion 2010.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