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39

지진과 핵발전소

집에 와서 뉴스를 보니, 포항 지진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 서쪽에 살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 잠깐 하고.그런데 핵발전소는 무사한가?지진의 직접 피해도 무섭지만, 진짜 공포는 지진으로 핵발전소에 균열이라도 난다면, 핵발전소 폭발은 절대적으로 영화 '판도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어야 한다만. 자연 앞에서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우리에게 있나. 인간은 겨우 확률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우리의 생명과 안전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평화까지 확률에 맡기는 게 과연 올바른 일인가. 우리는 이미 체르노빌도, 후쿠시마도 보았다. 뭐 이런 생각까지.우리도 본격적으로 지진이라는 재해에 일상적인 대비를 해야하는 시대가 열린 것 같다. 그 대비의 한 축에는 반드시 탈핵이 있어야 할 것이고. 탈핵 ..

opinion 2017.11.16

송경동

'나꼼수'가 대히트이긴 하다.만 나는 시간을 내서 '나꼼수'를 '찾아서' 들은 적은 없다. 그닥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 김어준의 유쾌함과 글은 좋아하지만, 정치적 포지션은 많이 달라서 '나꼼수'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안한다. 김어준의 연애관이나 인생관, 문장스타일은 좋아하기도 하고 동조하는 것도 많긴 하다. 한겨레에서 연재했던 '그까이꺼 아나토미' 요런 칼럼들은 빠짐없이 읽고 또 읽고 했다. 겁나 재미있었거든. 근데 나꼼수는 별로 땡기지 않는다. 웃고 싶으면 개콘을 보면 되고. 감성을 원하면 '하이킥'을 보면 된다. 나꼼수에서 어떤 새로운 해석이나 이슈를 발견하리라는 기대가 없기도 하고. 'MB까고 닥치고 정권교체!' 나꼼수의 결론은 결국 그런거니까.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냥 내 관심사가 아닐 ..

opinion 2012.02.02

'포착'

'착한' 안철수는 '한국병'을 치유할 수 있을까? 요즘 읽은 글 중 꽤 좋다.는 생각이 팍 드는 글이다. 일단 일독을 권하고. 그 결과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 와중에 안철수 원장은 정권교체를 실현시킬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하나로 대중들에게 포착됐다.그 중에 위 문장이 가장 마음에 든다. '포착'이라는 어휘에 느낌이 팍 꽂힌다. 아주. 안철수는 '포착'된 것이다. 그의 기부행위 같은 '선행'은 좋은 일이긴 하다만, 그걸 가지고 안철수의 '정치'를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는 여전히 안철수가 대선에 출마할 '정치인'인지 의문이다. '정치'를 보여주지 않는 사람이 유력한 대선주자로 회자되는 현상도 좀 뜨악하고.

opinion 2012.01.09

'박원순' 이후

나경원이 낙선하고 박원순이 당선된 일은 분명히 좋은 일이다. 그리고 박원순의 사회 디자인이 내가 꿈꾸고 고대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도 분명한 일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강남 3구에서는 나경원에게 몰표를 주었다. 이것은 박원순이 반자본이라거나 노동자 시장후보라서가 아니라, 나경원이 철저하게 부자 편에 서는 후보이기 때문이다. 박원순은 좋은 사람이고, 오세훈이나 나경원 따위와는 전혀 다르게 서울시 행정을 끌어갈 것이다. 하지만 박원순의 당선이 '시민의 승리'라거나 중산층의 승리가 될지는 몰라도, 노동자의 승리라고 의미 지을 수는 없다. 박원순의 당선은 기쁜 일이고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노동자인 '시민'들이 '박원순'과 '안철수'는 '노동'을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비판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박원순' 이후..

opinion 2011.10.28

일독을 권함

이거나 한번 읽어보심이... 이거 정말 대단한 글이다. 올해 읽은 글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평소 좋아하는 우석훈인데, 이번 글은 정말 대박이다. 어려운 용어 하나 없이, 미사여구로 멋부리지도 않고, 학자스러운 폼도 전혀 잡지 않고. 글 제대로 썼다. 회사에 들어가 승진을 하고 월급이 오르고, 소형차 타다가 중형차를 몰게 되고, 자기 소유의 아파트 평수가 커지고. 이런 식으로 자기 삶의 행복을 발견하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건 모르겠고. 그러한 삶의 방식을 가질 수 있는 자는 소수가 된 건 분명하다. 다수에게는 선택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불행한 건 그 다수들이 소수가 되기 위해 피똥을 싸고 있다는 거고. 그게 한국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렸다는 것이고. 단계를 밟고 올라가는 게 인생..

opinion 2011.05.08

오세훈과 이념 대립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면 무상급식 시행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주장했다. 시의회가 통과시킨 조례까지 거부하면서 똥고집을 부리고 있는 오세훈 시장의 행태에 수긍할 만한 구석은 눈꼽 만큼도 없다. 그런데 무상급식에 대한 오세훈 시장의 병적인 거부반응이 반갑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념 대립의 시대가 열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의 줄기찬 무상급식 발목잡기는 한국 정치가 드디어 질적 발전을 시작했다는 신호탄이지 않을까. 지금까지 소위 '이념 대립'이란 건 색깔론 따위처럼 이념을 껍데기로 한 치졸한 정치 공세에 불과했다. 한국전쟁 이후 인민의 삶을 내용으로 정치세력 간 이념적 대립이나 갈등을 벌인 적이 있었나? 진보세력의 이념적 주장에 대해 보수세력은 '비현실적'이라고 매도하거나 '빨갱이'라고 색칠하면 ..

opinion 2011.01.10

우리는 과연 '정의'에 목말랐을까?

마이클 샌델의 는 출판계를 넘어 '사회현상'이라고 할 만큼 이슈가 된 책이다. 여기저기서 하도 많이 들어서 책을 사지도 않았는데 책을 다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어진간한 술자리에선 이 책이 잠시 대화의 주제가 되기도 했고. 독서 여부와 상관없이 책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상식이 된 것 같기도 했다. 사서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은 건 아니다만, 결국 구입하지 않았다. 어떤 일이 '현상'이 되고, 회자되기 시작하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것이 내 버릇이다. 개봉을 기다리던 영화인데 갑자기 몇백만 흥행돌풍 어쩌고 하는 소식이 들리면 급 시들해지기 때문에, 보고 싶은 영화는 최대한 개봉 직후에 보려고 하는 편이기도 하고. 한국의 인구 수준에서 정말 좋은 영화의 적정 관객 수는 많이 잡..

opinion 2010.12.27

책 <김예슬 선언>

오늘은 약속했던 라이딩을 떠났는데, 출발 30분만에 호남대 정문에서 널부러져 보온병에 담아온 온수로 기어이(!) 컵라면을 먹으려는데, 한 사람분 온수가 부족하여 도서관 정수기까지 다녀오는 수고를 했고, 함평 월야면에 가서 복분자에 절인 한우 고기를 먹고 막걸리도 한잔씩 마셨으며 육수에 밥을 비벼 먹은 뒤 광주로 돌아오자마자 W 형의 작업실 이사를 돕느라 진땀 조금 빼고 사례로 기네스 1병과 비누 1개를 득템하고, 후루룩 짭짭 맛있는 해물탕을 얻어먹고 집으로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동네 피자집에서 5천원짜리 고구마 피자를 사와서 부모님이랑 맛나게 먹은 하루였다. 즐겁고 고생스러우면서 배도 부른 하루였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책을 드디어 손에 넣었다는 것. 2주쯤 전인가, 무각사 로터스 갤러리에 박노해 사진..

opinion 2010.12.19

'노동'을 말하지 않는 사회

이마트의 '피자'에 이어서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이 논란이 되었다. 롯데마트가 판매중단하기로 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만, 영 씁쓸하다. 프랜차이즈 치킨업체들의 과잉가격도 욕 먹고, '통큰치킨' 덕분에 가격경쟁 되면 더 싼값에 치킨 사먹을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대기업이 영세상인들 돈벌이까지 집어삼키는 파렴치도 욕 먹고. 파격적인 가격의 치킨을 미끼삼아 소비자를 마트로 끌어들이여는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다 좋은데, '가격'에만 논점이 집중되는 모양새라 아쉽다. 자본주의의 경제학에서는 시장에서 합리적 가격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만, 살아 숨쉬는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진 않다. 원자재 비용을 낮춰서 가격경쟁력을 올리기도 하겠다만, 피 토하는 가격경쟁의 현실에서 자본은 결국 노동자의 저임금을..

opinion 2010.12.14

병역면제 때문이 아니다

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본인을 비롯해 다수의 고위 관료들이 병역면제 때문에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병역면제'라고 쓰고 '병역기피'라고 읽어야 합당한 것 같기도 하고. 부모 잘 만난 놈들은 미꾸라지처럼 현역복무를 피하고, 부모 잘못 만나면 빼도박도 못하고 현역병으로 징집되어야 하는 현실에서 공직자 본인과 그 아들의 병역면제는 두고두고 욕먹을 짓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역병 복무가 공직자나 정치인의 마땅한 자격인 것처럼 인식되는 건 조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도발'이나 교전으로 꽃다운 나이의 사병이 죽고 다치는 일, 그 후 하나씩 드러나는 고위 간부들의 어처구니 없는 직무태만이나 부실한 규정과 제도 등... 이런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평소 이명박을 욕했던 사람들은 '병역미필자..

opinion 2010.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