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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사정 1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듣는 것이 모든 걸 말해주지는 않는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 데 대단한 지혜나 학습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우리는 곧잘 잊는다. 몰라서가 아니라 그게 편해서다. 보이는대로 단정하고 들리는대로 결론내는 일은 무척 쉽다. 뇌과학에서는 인간의 뇌는 최대한 빨리 상대방을 파악하기 위해 직감에 의존한다고도 한다만. 저 녀석이 내편인지 아닌지, 그러니까 나한테 해가 될 놈인지 이로울 놈인지를 빨리 판단하기 위한 일종의 생존 전략. 이러한 뇌의 전략에 속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성찰과 반문'이라고 뇌과학자 장동선은 말한다만. 그건 그렇고. 우리는 상대방의 속사정에 대해서는 놀랍도록 무관심하면서, 겉으로 보고 듣는 것만으로 이러저러할 것이라고 쉽게 단정한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러..

opinion 2017.11.25

카레

카레를 정말 한솥 만들었다. 늘 그렇지만 뭔가 만들다보면 양이 예상 밖으로 많아진다. 작은 김치통에 한가득 담아놔서 일주일은 먹어야 할 듯. 일본 고형카레로 만들었는데 한국 카레보다 매운 맛이 확실히 덜 해서 좋다.양파 볶을 때 버터를 넣었더니 냄새가 아주. 양파 캬라멜화를 위해서 오래 볶아야 하는데 버터는 금방 타기 때문에 식용유를 조금 넣어서 끓는 점을 높였다.그런데 분명히 집에서 나올 때 브로콜리를 사야지 했는데 마트 가서 파프리카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뭐 맛있으면 그만이긴 하다만. 그래도 녹색이 빠진 건 좀 아쉽긴 하다.

diary 2017.11.25

시향 329회 정기연주회

광주시립교향악단 329회 정기연주회Verdi- La Forza del Destino - OvertureJean Sibelius - Violin Concerto in D minor, Op.47Brahms - Symphony No.1 in C minor, Op.68 브람스 교향곡 1번을 기대하고 갔는데,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의 매력에 푹 빠지고 왔다. 역시 가을에는 바이올린인가. 물론 브람스 교향곡 1번은 심장을 벌렁거리게 하기 충분했다. 학교 다닐 때 대강당이었는데, '민주마루'라고 명명된 콘서트홀로 리모델링되었다. 온갖 동아리방들이 즐비했던 대강당이었는데, 그 많던 동아리방은 다 어디로 갔을까? 혹시 동아리 자체가 거의 사라진 시대인가. 뭐 이런 생각 잠깐 들었다.민주마루홀은 처음이라 좌석 선정에 ..

music 2017.11.25

유자청

유자 몇알로 1차 유자청 만들기.설탕 안 넣고, 올리고당과 조청으로 만들었다. 하긴 몸에 좋으라고 만들어 먹는건데, 설탕을 1:1로 붓는 것은 좀 그렇긴 하다.식초와 베이킹소다로 유자 씻어 말리고, 가로로 이등분 잘라서 씨를 모두 빼내고, 숟가락으로 과육과 껍질을 분리하고 핸드블랜더로 부앙부앙 인정사정 없이 갈아버린 다음 유리병에 유자 : 올리고당 : 조청을 2:1:1 비율로 넣고 섞어주면 끝. 껍질이 덜 갈린 건 락앤락 통에 담아서 요리에 쓸거고, 비교적 곱게 갈린 것은 유리병에 담아서 유자차로.이렇게 정리되는 과정에 사건 하나가 터졌는데, 다른 유리병에 다 담아 놓고 병을 드는 순간 병 밑바닥이 뻥 떨어져나가면서 싱크대와 주방 바닥에 유자청이 한바가지 쏟아지는 대참사가. 5초간 정적이 흐르고 내 입에..

diary 2017.11.24

언론의 분탕질

또 그짓이다. 자극적인 소재로 무대를 만들고 강제로 선수들을 올려보내 싸움을 붙인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짓은 성공적이다. 이국종 교수와 김종대 의원은 그렇게 언론의 무대 위에서 희생양이 되었다.김종대 의원의 표현이 과한 것을 비난한다면 타당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가 말하고자 한 본질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이국종 교수도 환자에 대한 정보를 과하게 공개한 것이라고 나는 판단한다. 국민의 '알권리' 차원이라고 하지만, 환자 상태에 대해서 그정도 디테일까지 과연 알아야 하는 걸까.두 분 다 어떤 면에서 과한 것이 있었을지 몰라도, 이 정도 싸움으로 번질 정도는 아니다. 김종대 의원은 할말을 한 것이고, 이국종 교수는 최선을 다해 환자의 생명을 구했다. 그 와중에 실수나 잘못이 있다면 서로 지적하고 반박하..

opinion 2017.11.23

주둥이

이제 2001년 4월 7일 신문의 날에 전남대 언론개혁모임 주둥이와 여러 시민들은 사죄없는 친일과거, 반통일 왜곡보도, 반민주 편파보도를 일삼은 너희 신문권력, 족벌언론 앞에 고하노라.세월이 바뀌어 일제가 물러가고 지랄 같던 군부독재도 물러가고 국민들의 민주와 통일에 대한 열망은 하늘과 같이 끝날 데를 모른다. 산이 바뀌고, 물이 바뀌고, 세월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나니 신문권력, 족벌언론 그대들의 뻔뻔한 낯짝이리라.우리가 보건데 금일 우리의 나라에서 승냥이처럼 사악한 무리들이 민주와 통일을 가로막고 있음은 길 잃은 귀신 같은 신문권력, 족벌언론이 앞잡이가 되기 때문이라. 세상의 모든 사악한 것들 앞에는 바로 신문권력, 족벌언론들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지나가는 견공들도 익히 아는 바. 일제가 물러..

diary 2017.11.22

고흥에서 득템한 것들

고흥에서 사진 찍다가 득템한 유자. S형이 길을 물어보다가 어찌어찌 집에까지 따라가서 유자를 사게 되었다. 5kg 단위로 파는데 이미 저울의 눈금은 5kg을 넘어섰으나, 유자를 담는 어르신의 손은 멈출줄 모르고 몇번을 만류해서야 박스를 닫을 수 있었다. 이건 조만간 유자청으로 변신 예정. 역시 고흥에서 득템한 늙은 호박. 겁나게 무겁고 단단하다. 이건 손질해서 냉동실로 들어갈 예정. 호박죽은 기본이고, 호박라떼도 만들고 구운호박샐러드도 만들어볼 생각. 일단 손질해서 냉동해놓으면 겨울 내내 곶감 빼먹 듯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흐뭇하다만. 문제는 손질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거. 저 바위덩어리 같은 걸 칼로 자르는 일부터 껍질 벗겨내는 일까지 개고생의 길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고통 없이 기쁨은 오지..

diary 2017.11.21

고흥 출사

S형과 몇년 만에 출사가는 아침. 고흥으로 출발하기로 한 약속시간은 7시. 5시에 일어나서 아침밥 챙겨먹고 S형 집으로 가는 길. 무등산 너머로 해가 뜨고 있다. 뭔가 두근두근 설렘. S형과 만나자마자 이게 얼마만에 함께 출사 가는 거냐 하면서 서로 설렘을 고백하고 만다. S형은 고흥 지역 설화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전남대 연구팀의 의뢰를 받은 사진을 촬영하고, 나는 옆에서 2할은 보조 8할은 혼자 사진 찍고 놀았다. 추위와 배고픔에 고생은 했다만, 새벽에 일어난 보람은 차고 넘쳤다. 드론이 없었다면... 아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개고생길이 열렸을 것 같다.

diary 2017.11.19

남한산성 : 민중의 고통은 어디에 있는가

영화 '남한산성'은 꽤 몰입도가 높다.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를 끌고간다.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박희순, 조우진 배우의 연기는 흠 잡기 어렵다. 우리가 익히 아는 병자호란 당시 조선 조정의 척화론과 주화론의 팽팽한 싸움이 이 영화의 큰 축이다. 전투씬은 영화적 재미를 위한 도구일 뿐이고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진짜 전투는 조선 조정 안에서 벌어지는 척화론과 주화론의 다툼이다. 영화 속에서 척화론을 주장하는 김상헌이나 주화론을 펼치는 최명길이나 누구의 편도 쉽게 들어줄 수 없다. 신념과 신념의 대결, 충심과 충심의 결투가, 고립된 남한산성의 조정에서 겨울 찬바람보다 더 매섭게 벌어진다.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각색된) 영화임을 감안한다면,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명쾌하게 결론낼 수 없는 논쟁은..

movie 2017.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