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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관점

[김규항 칼럼] 우리 안의 대운하 격동의 시기에 김규항이 입을 열었다. 한동안 그의 사회적 발언을 접할 수 없었는데, 모처럼 반가운 일이다. 작정하고 쓴 듯(하긴 그렇지 않은 글이 어디 있겠냐만은) 평소 그의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다. 나는 김규항의 단호한 입장을 좋아한다. 김규항은 외부에 대한 단호함을 자신의 삶에도 똑같이 또는 더 엄하게 적용한다. 그의 단호한 입장에는 늘 쉽게 부정할 수 없는 근본적 성찰이 토대를 이루고 있다. 대개 사람들은 근본적인 관점에 대하여 '그런 관점도 가능하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심지어 '현실을 무시하는 소리'라며 손가락질 하기도 한다. 미안한 말이지만, 근본적인 관점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우 정확하게 현실을 꿰뚫고 있는 것이다. 근..

opinion 2008.05.28

윤리

"실제로 자동차라는 물체는 대상에 대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실감을 상당히 빼앗아버린다. 자동차의 외피를 이루고 있는 얼마간의 고철덩어리와 바퀴라는 매개물은 대상과의 접촉을 가로막고 둔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동차가 달리는 동안 창 밖의 공간은 살해되고, 그 공간 속에서 살해되는 존재들에 대해서 자기도 모르게 무심해진다. 맨발로는 차마 밟고 지나갈 수 없는 생명체의 주검을 바퀴로는 얼마든지, 아무 감각 없이, 뭉개고 갈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 실물감의 둔화나 마비가 곧 윤리적인 감각의 둔화로 이어진다는 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일단 운전대를 잡고 도로에 나서면 프로그래밍된 기계 속에 앉아 있는 것처럼 누구도 그 무의식적인 살해의 속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2008년 5-6월호 통..

opinion 2008.05.22

미친 경찰, 미친 교사

촛불집회를 신고한 고등학생을 경찰이 학교까지 찾아가 '배후조사'를 했다. 전주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경찰의 요구에 교사가 수업중인 교실로 들어가서 해당 학생의 귀를 잡고 끌어내 경찰에게 넘겨줬다는 점이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교사일 수 있을까. 귀를 잡고 교사의 자리에서 끌어내야 한다. 죄를 지은 제자라도 일단 보호해줘야 하는 것이 교사 아닌가. 하물며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집회 신고를 한 제자를 경찰한테 넘겨주다니! 그것도 수업 시간에. 기사가 나가고 파장이 커지자 경찰과 학교측은 수업시간이 아니라 쉬는 시간이었다고 해명했다. 몇 시간 뒤 거짓말로 들통났다. 학교 측에서 해당 학생에게 '사실대로 말하면 선생님들이 다치니까 쉬는 시간이었다고 말하라'고 했단다. 아! 스승의 ..

opinion 2008.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