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50

한수제 찍고 광주극장

4월 5일. 오랜만에 평일에 당퇴하는 기념으로 벚꽃나들이를 계획했으나, 비가 내림. 그래도 계획한 건 실행해야지 하고 나섰다. 평일이고 비까지 내리니 인파 걱정은 안해도 되니까. 나주시 한수제는 처음 가봤다. 예상대로 꽃잎은 거의 떨어졌고, 비에 젖은 꽃잎들이 길바닥에 착 달라붙어있다. 이 또한 운치가 있어 좋다. 나주까지 온김에 곰탕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광주극장에 가서 '소공녀'를 보았다. 전날 당직근무 탓인가, 영화 중반부터 수시로 졸았다.

diary 2018.04.06

벚꽃나무

4월 2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벚꽃나무. 전남대학교 농대3호관 앞이다. 내가 다니던 시절부터 캠퍼스는 끊임없이 변했다. 99년 복학했을 때 캠퍼스 도로에는 여기저기 횡단보도가 만들어졌고 지금은 캠퍼스인지 그냥 일반도로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정돈(!)되었다. 덕분에 캠퍼스는 여유와 자유가 있는 산책보다는 자동차에 주의하면서 보행하는 곳이 되었다. 헌 건물은 허물어지고, 연인들의 속삭임과 선후배의 대화가 가득했던 언덕과 작은 숲은 새 건물에 자리를 내준다. 그나마 아직 남아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이 벚꽃나무. 벚꽃나무 아래에서 돗자리 깔고 앉아 흩날리는 벚꽃잎이 막걸리 잔에 떨어지는 풍류를 상상하게 만든다. 카메라는 챙겼으나, 삼각대는 차 트렁크에. 하나 있던 가로등마저 고장난건지 뽑혀서 누워 있고..

diary 2018.04.04

표징

며칠 사이에 봄꽃들이 가득 핀다. 떡볶이 먹으려고 들른 청풍쉼터에 노점트럭은 사라졌고 목련만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이번 주말에는 봄꽃 나들이가 절정에 이를 것이라는 뉴스가 나온다. 개나리가 노랗게 꽃잎을 내어놓고, 벚꽃이 눈길을 사로잡으며, 목련은 꽃망울을 터뜨린다. 봄은 여전히 꽃과 함께 온다. 그리고 봄은 여전히 짧다. 봄은 사계절 중 분명한 하나가 아니라 겨울과 여름을 잇는 간절기가 되는 듯 하다.날씨가 더워지니 천변 자전거도로에는 날벌레 떼가 나타났다. 새까맣게 떼지어 있는 날벌레들을 빠른 속도로 뚫고 가면 후두두 소리내며 온몸에 부딪치고, 순식간에 스포츠글라스 렌즈 안에, 버프로 가린 얼굴에 들어온다. 집에 와서 옷을 벗으면 몇 마리가 방바닥에 힘없이 떨어진다.이것이 나에게는, 봄은 이미 가고..

diary 2018.03.30

사이클 삭스

비앙키 사이클 삭스. 선물로 받았다. 이제 장갑만 갖추면 비앙키로 풀세트 장착이 가능할 듯. 비앙키의 체레스테(Celeste)는 정말 마성의 칼라다. 가격은 아주 사악하고. 날씨가 좀더 더워져야 반바지 입고 사이클 삭스 신을텐데.자전거 탈 때 일반 스포츠 양말 신었는데, 이쁜 사이클 삭스가 눈에 들어와서 샀다. 비앙키 양말 반값도 안되는 가격이지만 퀄리티는 아주 좋다. 빨리 반바지 입고 싶다.

diary 2018.03.17

전주한옥마을 & 자만벽화마을

결혼식 핑계 삼아 놀러간 전주한옥마을. 몇년만에 다시 찾은 그곳은 온통 사람들 또 사람들, 그리고 사람들. 역시 휴일에 관광지는 썩 즐길만 한 곳이 아니다. 그래도 좋은 녀석들과 함께 가서 즐거운 시간. 우리의 추억을 기념하기 위해 악세사리 하나씩 선물해줬다. 전주한옥마을에서 가까운 자만벽화마을로 이동. 벽화의 모사 퀄리티는 좋은데, 아이디어가 번쩍거리지는 않은 듯. 대학 시절 전주국제영화제 보러 왔다가 먹었던 왱이콩나물국밥도 찾아가서 먹고, 꽉찬 휴일을 보냈다. 아침에 각자 집에 태우러 가고, 전주까지 왕복 운전에, 광주 와서 집앞까지 내려주고. 내차는 아니라서 다행이고 운전하느라 고생했고 경차라서 고속도로에서 좀 무서웠지만, 잘 먹고 잘 놀다왔으니 뭐 보람찬 휴일.

diary 2018.03.12

츄니 결혼식

3월 11일.재직중인 직원의 결혼식도 어진간해서는 안가는데, 광주에서 하는 결혼식도 잘 안가는데, 퇴사한 직원의 결혼식 그것도 전주까지 갔다. 콕 찍어서 오라고 한 신부의 말 따위는 가볍게 넘길 수 있지만, 결혼식 핑계삼아 놀다오려고. 다른 직원의 차를 내가 운전하고 모든 경비 면제 혜택을 누렸다. 이거 아니었으면 안갔다. 결혼식 끝나고 전주한옥마을 놀러가서 사진 찍어달라 해서 카메라를 들고 갔는데. 예식장에서 뜻하지 않게 불이 붙어 의뢰받은 기사마냥 사진 찍어댔다. 물론 메인 촬영기사의 동선에 방해되지 않도록. 그나저나 결혼식 뷔페 음식은 전국 어느 곳을 가도 맛이 없다. 그냥 배부르게 먹는 것으로 만족. '결혼식 하면 불백'으로 통하던 그 시절이 더 좋았다.

diary 2018.03.12

밥상과 술상

S형은 오늘 취재활동 끝나고 만나서 같이 점심 먹고 사진 찍고 놀자고 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일정 변경으로 오후에 집으로 놀러오라고 했다. 공기 더러운 날 밖에 돌아다니는 것도 좀 그렇고. 내가 거실에서 혼자 노는 동안 형은 주방에서 부지런히 뭔가를 했다. 그리고 밥상을 차렸다. 손수 만든 음식으로 차린 밥상 만큼 정감어린 것도 없다. 나는 엄마가 차린 밥상도, 아빠가 차린 밥상도, 형이 차린 밥상도, 연인이 차린 밥상도 다 받아보았으나, 간혹 밥상은 뭉클하게 하는 뭔가 있다.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밥상을 차리는 일은 기쁘고 즐겁다. 우리는 이것을 일상의 행복이라고 한다. 어느 순간에는 지긋지긋한 가사노동이 되는 때도 있겠지만. 어쨌든 밥상 차리는 일이 즐겁지 않을 때, 그 땐 정말 자신의 삶을 돌아봐야..

diary 2018.02.25

2차 대학원 동기 모임

2월 24일. 이런 것도 다 1, 2차로 나눠서 하나 싶다만. 2차 대학원 동기 모임을 했다. 1차 때 못온 사람들을 위한. 나는 뭐 평생 자동참석 의무를 지고 있어서 당직근무의 피곤함 따위 변명하지 않고 갔다. 결혼식 이후 몇년 만인가. 올해 학부모가 된다니. 내가 늙었구나 새삼 생각하지 않으려면 이들을 만나지 말았어야... 대학원 다닐 때 치던 장난을 십몇년만에 해도 유쾌한 시간. 하나도 안변했다고들 하지만, 그건 우리가 공유했던 그 때의 시간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참 좋았던 시절을 불러와서 생기는 착시일 뿐이라고. 정말로 우리가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속으로 혼자 생각했다. 나도 산통 깨지 않을 눈치 정도는 있으니까.종종 만나기를 바라지만. 살다보면 참 어려운 일이 만나고..

diary 2018.02.25

몇년만에 대학원 동기 모임

반가운 얼굴들. 작년 12월에 살짝 바람 넣고 배후조종한 결과 오늘 모임 성사. 대학원 입학 13년이 흘렀고, 이제는 각자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빛나는 사람들. 사실 이제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대화가 줄어든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가 만나서 수다 떨 수 있는 건 들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 어쩌면 우리는 서로 비슷해서 만나면 즐거운 것이 아니라, 최소한 들어주는 태도를 기본으로 깔고 있기 때문에 대화가 즐거운 것은 아니었을까. 그나저나 이 사람들 참 안 늙는다. 그리고 역시 사진은 아이폰으로 찍어야. 화질이 이게 뭔가.

diary 2018.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