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츄니 결혼식

    3월 11일.재직중인 직원의 결혼식도 어진간해서는 안가는데, 광주에서 하는 결혼식도 잘 안가는데, 퇴사한 직원의 결혼식 그것도 전주까지 갔다. 콕 찍어서 오라고 한 신부의 말 따위는 가볍게 넘길 수 있지만, 결혼식 핑계삼아 놀다오려고. 다른 직원의 차를 내가 운전하고 모든 경비 면제 혜택을 누렸다. 이거 아니었으면 안갔다. 결혼식 끝나고 전주한옥마을 놀러가서 사진 찍어달라 해서 카메라를 들고 갔는데. 예식장에서 뜻하지 않게 불이 붙어 의뢰받은 기사마냥 사진 찍어댔다. 물론 메인 촬영기사의 동선에 방해되지 않도록. 그나저나 결혼식 뷔페 음식은 전국 어느 곳을 가도 맛이 없다. 그냥 배부르게 먹는 것으로 만족. '결혼식 하면 불백'으로 통하던 그 시절이 더 좋았다.

    밥상과 술상

    S형은 오늘 취재활동 끝나고 만나서 같이 점심 먹고 사진 찍고 놀자고 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일정 변경으로 오후에 집으로 놀러오라고 했다. 공기 더러운 날 밖에 돌아다니는 것도 좀 그렇고. 내가 거실에서 혼자 노는 동안 형은 주방에서 부지런히 뭔가를 했다. 그리고 밥상을 차렸다. 손수 만든 음식으로 차린 밥상 만큼 정감어린 것도 없다. 나는 엄마가 차린 밥상도, 아빠가 차린 밥상도, 형이 차린 밥상도, 연인이 차린 밥상도 다 받아보았으나, 간혹 밥상은 뭉클하게 하는 뭔가 있다.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밥상을 차리는 일은 기쁘고 즐겁다. 우리는 이것을 일상의 행복이라고 한다. 어느 순간에는 지긋지긋한 가사노동이 되는 때도 있겠지만. 어쨌든 밥상 차리는 일이 즐겁지 않을 때, 그 땐 정말 자신의 삶을 돌아봐야..

    2차 대학원 동기 모임

    2월 24일. 이런 것도 다 1, 2차로 나눠서 하나 싶다만. 2차 대학원 동기 모임을 했다. 1차 때 못온 사람들을 위한. 나는 뭐 평생 자동참석 의무를 지고 있어서 당직근무의 피곤함 따위 변명하지 않고 갔다. 결혼식 이후 몇년 만인가. 올해 학부모가 된다니. 내가 늙었구나 새삼 생각하지 않으려면 이들을 만나지 말았어야... 대학원 다닐 때 치던 장난을 십몇년만에 해도 유쾌한 시간. 하나도 안변했다고들 하지만, 그건 우리가 공유했던 그 때의 시간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참 좋았던 시절을 불러와서 생기는 착시일 뿐이라고. 정말로 우리가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속으로 혼자 생각했다. 나도 산통 깨지 않을 눈치 정도는 있으니까.종종 만나기를 바라지만. 살다보면 참 어려운 일이 만나고..

    몇년만에 대학원 동기 모임

    반가운 얼굴들. 작년 12월에 살짝 바람 넣고 배후조종한 결과 오늘 모임 성사. 대학원 입학 13년이 흘렀고, 이제는 각자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빛나는 사람들. 사실 이제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대화가 줄어든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가 만나서 수다 떨 수 있는 건 들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 어쩌면 우리는 서로 비슷해서 만나면 즐거운 것이 아니라, 최소한 들어주는 태도를 기본으로 깔고 있기 때문에 대화가 즐거운 것은 아니었을까. 그나저나 이 사람들 참 안 늙는다. 그리고 역시 사진은 아이폰으로 찍어야. 화질이 이게 뭔가.

    잭 다니엘

    부지런히 칼퇴근 해서 미용실 들렀다가 집에 와서 샤워하고 빨래를 개던 중, S형의 전화를 받고 나갔다. 명절 선물이라고 술을 받아왔다. 이 형은 항상 뭔가를 준다. 뭐라도 하나 줘서 보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처럼. 그런데 '혼자 적적할 때 한잔씩 해라' 이 멘트는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