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빵과 귤

    아빠가 좋아하는 빵 사러 퇴근길에 빵집에 들렀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는 볼 수 없는 비주얼. 인스타그램에는 등장하기 힘든 빵이다. 희귀성 때문에 누군가는 찍어 올릴지도 모르겠다만. '아직도 이런 빵집이 있네요'하고 올리지도. 여기 빵은 과하지 않은 맛이 참 좋다. 유명한 개인 빵집에서 맛볼 수 있는 폭식폭신하고 촉촉한 식감은 아니지만. '빵에 무슨 짓을 한거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맛있고 싸고 좋다. 무엇보다 '써비스'가 좋다. 부모님 드릴 거랑 내가 따로 가져갈 거 바구니 넘치게 담아서 드렸더니, "선물할거요? "아니요. 부모님 드릴거에요." 비닐봉투 2개에 나눠 담으시더니 '써비스'로 빵을 막 넣어주신다. 어림잡아 8개는 공짜로 더 주신 듯. 빵 개수도 세다가 포기하셨나. 그냥 2만원만 주라고 하신다..

    모카포트

    오랜만에 모카포트를 꺼냈다. 베트남 여행 다녀온 후배가 선물로 준 커피 마셔보려고. 이탈리아 가정집에 무조건 하나씩은 있다는 비알레띠 모카포트. 한국으로 치면 뚝배기 정도 될까. 간단히 커피 내려 마시기 좋다. 불 조절이 중요하므로 불 위에 올려놓고 자리를 비우면 안된다. 보일러의 물이 금방 끓으면서 커피가 추출되기 시작한다. 그러면 바로 불을 꺼야 한다. 물론 머신의 기압을 따라가지는 못해도 집안 가득 퍼지는 커피향도 좋고, 커피 맛도 나쁘진 않다. 크레마도 뭐 보기엔 비슷하게 생긴다. 그런데 베트남 커피는 원래 그런가. 참기름 향이 나는 것 같다. 비빔밥에 커피 넣을 것도 아니고 내 취향은 아닌 듯.그래도 모처럼 모카포트를 꺼내게 해준 건 인정. 처음에 모카포트로 재미를 붙이고, 다음에 장만한 건 네..

    모든 일엔 끝이 있으니

    드디어 끝이 보인다. 2018년 임금인상안 고치고 돌리고, 고치고 돌리고. 막막하던 것도 하다보니 답이 보이고. 내가 애초 염두에 두었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도 나름대로 이룬 것 같다. 물론 사업주가 아닌 한 내가 생각한대로만 할 수는 없지만, 나의 재량 안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뭐 결과적으로는 불만을 최소화한다는 건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내가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서 거의 모두 관철시켰다는 의의도 있고. 부수적으로 엑셀을 좀더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게 되어서 좋고. 엑셀 개발자들은 참 노벨상이라도 주고 싶다. 평소 칼퇴근을 철칙으로 삼고 있지만, 오늘 같은 날엔 연장근로를 불사해도 좋다. 사무실에 홀로 남아 고도의 집중력으로 급여정산 마무리. 나를 위한 성취감. 모..

    카레

    일요일엔 카레라이스. 감자, 당근, 양파, 돼지고기, 브로콜리 딱 기본재료만 넣고 만들었다. 대신 양파 볶을 때 버터 듬뿍. 고소한 풍미를 높여준다. 역시 카레에는 파프리카보다는 브로콜리가 더 낫다. 그나저나 일본 고형카레도 다 떨어졌다. 인터넷에서도 파나 찾아보니 판다. 몇개 사놔야겠다.

    명도동

    광주광역시 광산구 명도동. 풍경만 보면 광주 맞아? 하겠지만, 광주 맞다. 애초 목적지는 다른 곳이었는데, 찾을 수가 없어서 그냥 차 세워두고 마을 돌아다녔다. 마을마다 꼭 있는 정자나무는 느티나무 아니면 팽나무. 여름에는 무성한 잎으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었을테지만, 지금은 이파리 하나 없다. 배추도 버려지고, 고추도 버려졌다. 그냥 걷는다. 그냥 걸어야 버려진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