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50

황톳길에서 송년모임

가볍게 송년 모임을 하자고 했는데 갑자기 오늘로 날이 잡혔다. 이렇게라도 날을 잡지 않으면 쉽지 않은 때가 또 연말이니까. 저녁 식사하면서 간단히 한잔 하고 눈도 내리니까 8시에는 끝내야지 했는데, 자리를 털고 일어서니 10시가 넘었다. 무사귀가를 책임지고 운전해야 해서 막걸리 한잔으로 버텼는데, 우와 술도 안마시면서 10시까지 수다 떨다니. 내가 VIP들만 가려서 모신다고 떠벌리고 간 황톳길. 역시나 이번에도 안쪽 방에는 빈 자리가 없다. 일단 주문하고 이야기 중인데 안쪽 방에 한 팀이 나가는 걸 목격. 용수철처럼 튀어나가 직원에게 자리 옮기겠다고 말하고 아직 치우지도 않은 테이블 옆에 서서 찜 했다.잠시 후 자리 옮기자고 말하러 갔는데, 주문한 해물파전은 이미 젓가락으로 파헤쳐진 상태. 역시 기다림과..

diary 2017.12.11

유자청엔 백설탕

유자청 3병 완성. 해마다 김장김치 챙겨주시는 과장님 드리려고 오늘 2병 만들었다. 자꾸 만들다보니 씨 빼는 것부터 핸드블랜더로 가는 것까지 요령이 생겼다. 그나저나 처음부터 백설탕으로만 만들걸. 색깔도 곱고 맛도 달달하다. 흑설탕은 다시는... 고흥에서 사온 유자가 이제 10알 정도 남은 것 같다. 며칠 안에 다 유자청으로 만들어서 고마운 이들에게 돌려야겠다. 나 먹을 거 한병은 남겨두고. 얼마전에 샐러드 드레싱으로 뿌려 먹었는데 음 맛 좋다.

diary 2017.12.10

첫눈

첫눈이 내렸다. 늘 그렇지만 예상치 못한 첫눈이다. 영광에서 문상하고 광주로 돌아오는 길. 왁자지껄한 차 안에서 나 혼자 첫눈이야 첫눈이라고 하면서 황홀경에. 운전해야 해서 느긋하게 첫눈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좋다. 그리고 다행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첫눈을 볼 수 있어서. 모두 달리는 차 안에 있었다는 게 좀 아쉽다만. 신호에 걸려서 정차중에 겨우 몇컷 찍었는데. 찍어놓고 보니 아 차가 너무 더럽구나. 세차를 하긴 해야 하는데, 귀찮다. 너무 귀찮다. 아파트 놀이터에 쌓인 눈. 아무도 밟지 않았다.

diary 2017.12.04

우습제 출입금지

고니를 비롯해 다양한 겨울 철새들이 온다는 나주 우습제. 한번 가보자 해서 카메라와 커피 챙겨서 출발. 생각보다 거리가 좀 있다. 우습제가 보이기 시작하고 일단 주차. 스윽 둘러보니 사람도 없고 새도 안 보이고. 입구 쪽으로 걸어가니 심상치 않은 느낌이. 조류독감으로 출입금지다. 집에서 우습제 검색하다가 며칠 전 기사에 나주 우습제 차단방역 어쩌고 하는 걸 언뜻 보고 설마 설마 했는데.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지. 다시 차에 타서 커피 한모금 하고 광주로 복귀.

diary 2017.12.03

엄마의 옷

얼마 전 엄마의 전화. 간단한 안부가 오가고 엄마는 참 어렵게 말을 꺼냈다. 멋쩍은 웃음과 함께 엄마가 한 말은, "계모임에서 놀러가기로 했는디야. 엄마가 옷이 딱히 없이야. 허허허. 긍게 근디야... 니 카드로 옷 하나 사도 되냐?"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사시라고 했다. 싼 거 사지 말고 마음에 드는 걸로 비싼 거 사시라고 했다.10년도 전에 아무 때나 쓰시라고 카드를 하나 드렸다. 처음 몇년 동안 결제문자 하나 받지 못했다. 시시때때 카드 쓰시라고, 맛있는 것도 사드시고 옷도 사시라고 설득도 하고 화도 내고 그랬다. 그 결과 부모님은 집 앞에서 순대국밥이나 뼈해장국을 사드시곤 했다. 결제금액 1만4천원. 그조차 1년에 다섯번을 넘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2,3년 전부턴가 가끔 동네 마트에서 결..

diary 2017.12.02

상념

소멸은 그 자체로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만, 소멸이 없으면 새로움도 없다. 새로움이 주는 호감과 긍정성은 다른 무언가의 소멸에 기반한다. 차디찬 겨울 바닥을 나뒹구는 낙엽이 없다면, 봄날의 파릇한 새싹도 여름날의 울창한 숲도 우리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리라.무언가를 버린다는 것은 단순한 제거가 아니라, 다른 것을 채우기 위해 선행되는 생산적인 일이다. 버리지 않고 채운다는 것을 과욕이라 하고, 소멸 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을 무의미라고 명명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언어는 낙엽에 닿을 수 없으나, 낙엽의 언어는 나에게 닿아 상념을 낳는다.

diary 2017.12.01

2017년 마지막 책 구입

일본요리책 1권, 니체 관련 책 3권, 인문사회 관련 2권. 아마도 2017년 마지막으로 구입한 책들이 될 듯. 갑자기 독서광이 되어 이틀에 한권씩 독파하지 않는 한.얼마전 TV에서 이진우 교수의 강연을 보고 니체를 다시 한번. 하고 마음을 먹었다. 이진우 교수의 책 2권과 고병권의 책 1권을 골랐다. 이진우 교수의 책은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고병권의 책은 음. 그냥 저자에 대한 무한 믿음. '철학을 전국민 평생교육으로!'가 나 혼자 슬로건인데, 대학시절 의기양양하게 '독일관념론' 수강신청했다가 한학기 내내 칸트에게 이를 갈았던 아픈 추억이 있긴 하다만. 철학, 이것 참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에도 국가에도 중요한데 참 중요한데 어딜 가나 환영받지 못한다. 학창시절 영어 공부하는 시간의 ..

diary 2017.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