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세밑 일몰

    생각해보니 새해 일출은 몇번 찍어봤는데, 세밑 일몰은 한번도 안 찍어봤다. 지나온 것이나 묵은 것 보다는 앞으로 올 것이나 새 것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탓일까. 묵은 해에 대한 성찰 없이 맞이하는 새해는 얼마나 허점투성이일 것인가. 뭐 이런 진중한 생각은 잠시 하고, 일단 집을 나서야겠다는 생각에 영광 향화도로 차를 몰았다. 생각보다 영광으로 나가는 차들이 많다. 구름에 가려 해가 보이지 않는다. 젠장. 일단 포인트를 잡고 삼각대를 세운다.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아서 ND필터 꺼내고 장노출 몇 컷. 여전히 해는 구름 뒤에. 곧 해가 떨어질텐데 헛걸음이 될 건가. 젠장 젠장 하고 있는 그 순간 떨어지는 해가 구름 아래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고 무조건 셔터 찰칵찰칵. 삼각대 볼..

    짧은 이별은 없다

    매일 아침 잠이 깨면 이별한건지 아닌지 분간할 수가 없다. 그러다가 정신이 들면서 엄청난 무게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그래 이별이다. 연락하지 말자고 했다. 날마다 아침이면 그 무게감을 안고 하루를 시작한다. 날마다 끌고 다녀야 하는 커다란 무게감. 밤이 되면 무게감은 더욱 커진다. 다리가 후들거려 잘 걷지도 못한다.온갖 복잡한 것들을 다 털어내고 남는 것은 하나다. 그에게는 그녀가 필요하다. 무엇으로 그 마음을 억누를 수 있을까?내일이면 그녀는 그에게 다시 중요해질 것이고, 그는 수없이 마음을 억누르고, 진심인지 아닌지 자신도 알 수 없는 말들을 그녀에게 내뱉고, 수많은 패배를 겪을 것이다.하루, 3일, 일주일, 한달, 그리고 1년..... 그렇게 혼자서 참아야 할 일이다.결혼생활에서 진정한 잔인함은 늘..

    2017 DREAM NIGHT in ACC

    ACC 연말프로그램 '2017 DREAM NIGHT in ACC'. 프로그램이 주로 아이들이 즐길 만한 것들이라 갈까말까 했는데, 24일이 마지막 날이라 구경이나 할 생각으로 나섰다. 비가 오다 안오다 해서 좀 불안하긴 했는데, 역시나 돌아다니면서 비 좀 맞았다. ACC 프로그램들이 생각보다 대중적이지는 않아서 평소 아쉬웠는데, 이런 연말프로그램은 좋다. 시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부담없이 즐길 수 있으니까. 평소에도 더 많은 시민들이 ACC를 북적거리게 하길. ACC는 우리의 공간이므로.

    2017 송년 홈파티

    12월 21일. 이번 달 초에 약속해놓은 송년 홈파티하는 날. 하루 전 퇴근하자마자 바로 롯데마트에서 한시간동안 장 보고, 집에 와서 육수 만들어놨다. 요리하는 데 시간 조금이라도 벌기 위해 이 날은 30분 일찍 퇴근. 집에 오자마자 옷 갈아입고 손 씻고 바로 요리 시작. 아침에 당직 퇴근한 직원이 먼저 와서 손을 보탠다. 뭐 야채 씻는 것 밖에 할 줄 아는 게 없긴 하다만. 시간 절약에 큰 도움이 되었다.이날의 메인 요리는 처음 도전하는 밀푀유나베.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비주얼 굿. 가성비 좋은 요리다. 그리고 이 날을 위해 장만한 스키야키나베. 무척 마음에 든다.술은 원장님 협찬 인삼주를 필두로 복분자주, 아사히 캔맥주, 베일리스, 제임슨. 베일리스와 아이리쉬 원두커피로 내린 에스프레소 1:1..

    크리스마스 트리

    모처럼 아무 일정 없는(만들지 않은!)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차에 쌓인 눈 쓸어내고, 밥 먹고 뭐할까나 하다가 불현듯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이것저것 빼고 올해엔 좀 간소하게 달았다. 그런데 전원연장선이 아무리 찾아도 없다. 전구 불 들어오는 건 내일 확인. 오후에 베란다로 들어온 빛이 좋아서 일단 기념사진 한 컷. 크리스마스는 역시 '8월의 크리스마스'. 몇달 동안 수소문하였으나, 대형포스터 구하는 건 실패. 아쉬운대로 최대한 해상도 높은 포스터 이미지파일 다운받아서 엽서로 인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