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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의 실체

나 를 본 사람들이라면 최규석의 만화가 파고드는 현실의 깊이에 가슴 서늘한 적이 있지 않을까. 나는 그의 만화를 보면 도대체 얼마나 깊은 성찰과 고민과 학습을 한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그의 만화를 볼 때면 늘 가슴이 서늘하다. 그는 어쩌자고 이렇게 정직하게 날 것 그대로 현실을 드러내 보여준단 말인가! 얼마전 새 만화책 가 나왔다. 일단 알라딘 보관함으로. 한겨레21은 시급 4천원짜리 워킹푸어의 노동과 생활을 기자가 직접 체험한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7,80년대에나 나올법한 '슬픈 노동'의 현장 르포가 2009년 시사주간지에 실려 있다. 아래는 최근 한겨레21에 실린 만화가 최규석의 일러스트레이션들이다. 이것이 바로 6월항쟁은 떠들썩하게 기념하면서도, 같은 해 여름에 벌어졌던 노동자 대투쟁은 철..

study 2009.09.24

읽을 책 2

작가 조정래. , , 한국 근현대사 공부는 32권의 소설을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게 나의 믿음이다. 은 대학시절 띄엄띄엄 읽었고, 은 좀 사연이 있다. 감옥에 있을 때 이 읽고 싶어서, 같은 방에 있던 아저씨들을 꼬드겼다. 내가 있던 방은 '경제방'이라고 경제사범들이 수감된 방이었다. 돈 좀 만져본 사람들이다. 먹을 것도 넘쳐나서, 큰 바구니에 과자며, 달걀이며, 과일이며, 빵이며 하는 것들을 모아서 소년수 방에 넣어주기도 하였으니까. 뭐 돈 걱정은 안 하는 방이었다. 아저씨들을 살살 구슬려서 한명씩 돌아가며 1권씩 구입하게 하고 돌려 읽었다. 10권까지 다 읽고 11권을 구입하게 해야 할 차례였다. 그런데 항소심 때문에 나는 안양교도소로 이송되었고, 11권과 12권을 읽지 못하고 말았다. 결국 나는 ..

study 2009.09.23

읽을 책 1

임용시험이 끝나면 칼 폴라니의 을 탐독해볼 생각이다. 내가 좋아하는 홍박사가 새로 번역해서 펴냈다고 하여 살짝 관심을 가졌는데, 얼마전 홍박사가 나오는 대담 동영상을 보고 필독서 목록에 올리게 되었다. 일단 알라딘 보관함에 넣어 놓고, 임용시험 끝나면 질러야겠다. 시장자본주의를 가운데 두고 오른쪽 극단에는 하이에크 선생이, 왼쪽 극단에는 마르크스의 진영이 맞섰다. 여기에 시장 자체에 근본적인 물음표를 던진 이가 칼 폴라니다. 그런데 극단의 진영 싸움에서 중간자나 제3의 입장은 딱히 설 곳이 없다는 게 역사의 진리. 칼 폴라니는 우리에게 매우 낯설다. 여하간 홍박사가 쌩고생해서 번역해 내놨으니, 정성껏 읽어주는 것이 독자의 도리. 쫌만 기둘리시라. 표지 그림이 참 마음에 들어서 검색해보았다. 윌리엄 블레이..

study 2009.09.23

어긋남, 다시 마주 보기 위하여

#1 사랑을 하면 하나가 될 수 있는 걸까? 사람들은 하나가 된다는 걸 어떤 의미로 생각하는 것일까? 구태한 주례사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처럼 결혼을 하면 하나가 되는 것일까? 좀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사랑을 하면 하나가 되는 일이 가능하기는 하냐고. #2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원통형 인간'이었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 양성이 한 몸으로 이뤄진 원통형 인간. 이들이 신에게 도전하기 시작하자, 분노한 제우스가 원통형 인간을 반으로 잘라버렸다. 이 신화로부터 후대의 사람들은 잃어버린 반쪽을 찾고자 하는 욕망을 원초적 에로스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원래 하나였으니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해 인간은 에로스적 욕망을 좇으며 살아간다는. #3 열 다섯살 소년과 서른 여섯 여인의 사랑. 마이클과 ..

movie 2009.09.22

<바더 마인호프>가 남긴 콤플렉스

조OO 선생님과 함께 광주극장에서 를 봤다. 상영시간이 2시간 20분쯤 되어 좀 긴 편인데 지루함을 느낄 새는 없다. 솔직히 이 영화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 평하고 싶지는 않다.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대해서 말하려면 폭력의 문제를 반드시 짚어야 하는데, 내 견해가 애매모호하다. 인민의 폭력 전에는 반드시 강자, 왕, 국가, 자본의 폭력이 선행된다는 점. 다시 말해 인민이 먼저 폭력을 선택한 적은 역사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비폭력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 평화롭고 안전한 상황에서 떠드는 비폭력주의보다는 생존과 안위와 생명이 위협받는 폭력적 상황에서 발휘되는 비폭력주의야 말로 진짜라는 점.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주장은 항상 강자들의 논리이고, 강자의 폭력을 당하는 대..

movie 2009.09.21

호두과자

독서실에서 돌아왔는데, 책상 위에 호두과자가 있다. 오늘 아버지가 결혼식 때문에 서울에 다녀온다고 했는데, 내려오는 길에 샀을 것이다. 아버지는 호두과자를 좋아한다. 아들인 나도 좋아한다. 스무살 때부터 지금까지 운전을 생업으로 살아온 아버지. 아버지는 고속도로를 달려야 하는 장거리를 뛰고 돌아올 때면 항상 호두과자를 사왔다. 돈 쓰기가 무서워서 작은 봉지 하나를 사서 당신이 몇 개 먹고, 절반 이상을 남겨서 집으로 가져오곤 했다. 이건 거의 내 차지였다. 새벽에 집에 들어오더라도 어김없이 호두과자를 갖고 오셨다. 나는 자다 일어나 호두과자를 먹기도 했다. 아버지는 호두과자를 맛있게 먹는 내 모습을 좋아했다. 택배차에 밀린 아버지의 화물차는 이제 장거리를 뛸 기회가 거의 없어졌다. 호두과자 먹을 일도 거..

diary 2009.09.21

이명박을 욕하는 것보다 노회찬과 심상정의 지지자가 되는 것이 조중동을 욕하는 것보다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시사IN을 구독하거나 돈으로 후원하는 것이 자동차 중심의 폭력적 교통문화를 성토하는 것보다 주로 버스와 자전거를 타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데 더 효과적이고 더 나은 방법이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그 방법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왜 적을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욕하면서도 세상이 들이미는 삶의 방식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불안 때문이다. 국가와 자본이 신자유주의를 통해서 인민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킨 것은 바로 불안이다. 이명박은 빠르고 노골적으로 진행시키고 있을 뿐이다. 영화 의 후반부 신민아의 한마디, "사람들은 다 ..

opinion 2009.09.18

서른 세번째 가을

서창의 들녘은 며칠 사이에 누런 빛으로 바뀌고 있다. 수확의 계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 여름 마지막 태풍이 지나간 직후의 하늘을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가을 하늘의 대부분을 좋아한다. 하긴 가을하늘을 좋아하지 않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한국 국가의 가사에도 등장하는 가을하늘. 첫새벽의 얼어붙은 겨울 하늘을 또 좋아한다. 태어나 서른 세번째 가을을 맞이하는 중이다. 저녁무렵 가을하늘을 넋 놓고 한참을 바라본 적이 없다면 뭔가 문제 있는 삶이라고. 나는 생각하며 살았다. 가을하늘의 절정은 저녁 무렵 뉘엿뉘엿 저무는 해다. 이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시 한편 있다. 서른 세번째 맞이하는 가을, 저무는 해 앞에서 시를 읊조리고 돌아오다. 저녁 무렵 / 도종환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

diary 2009.09.18

고마운 사람들

첫 직장을 그만 둔 이후 내가 했던 일들은 거의 대부분 주변 지인들의 제안과 알선 덕분이었다. 첫 직장은 내 힘으로 들어가서 내 발로 나왔다. 그리고 첫 직장을 그만 두게 된 계기부터 해서, 지금까지 내가 했던 돈벌이들은 다 남들 덕분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고 보면 나는 순전히 백수로만 지냈던 시절은 거의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꿈으로 삼았던 신문사 공채를 준비했고, 낙방하자 바로 첫 직장을 구했다. 어느날 지인 A가 모 종합일간지 지역주재기자로 나를 추천해주겠다 하였는데, 권한 있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기회는 날아갔다. 그 즈음 지인 B의 알선으로 다른 일을 하게 되었고, 그 일을 그만 두고 역시 지인 C의 추천을 받고 지원한 모 신문사에 최종합격하였으나, 뭔놈의 배짱이었는지 가지 ..

diary 2009.09.17

문제 있는 문제

6. 다음 자료에서 ㉠과 ㉡을 위한 정책 방향으로 적절한 대답을 한 학생을 에서 고른 것은? 갑: ㉠을 위해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불법 체류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해요. 을: ㉠을 위해 민족 동질성보다는 보편적 인권에 기초하여 국적 취득 요건을 완화해야 해요. 병: ㉡을 위해 최소한 경제적 측면에서 동일한 대우와 권리를 보장해야 해요. 정: ㉡을 위해 한국의 전통적인 사회적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해요. ① 갑, 을 ② 갑, 병 ③ 을, 병 ④ 을, 정 ⑤ 병, 정 2008년 9월 시행된 수능 모의고사(교육과정평가원) 사회탐구 정치영역 6번 문제다. 지식요소를 평가하는 문항은 아니니까 당신의 상식과 교양으로 한번 풀어보시라. 나는 틀렸다. 평가원이 공개한 정답은 [② 갑, 병]이다. 정답은..

opinion 2009.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