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782

권태를 날려주는 초현실주의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작품. 제목이 'ESPANIA'인데, 아마도 스페인 내전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고 멋대로 추정해본다. ㅎ 그나저나 나는 초현실주의 작품들을 꽤나 좋아하는 편인데, 그 까닭은 평온한 합리성의 권태로움을 날려주기 때문이다. 살바도르 달리는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초현실주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 가히 신기(神技)에 가깝다. 사진으로도 초현실주의적 표현이 가능하긴 할텐데, 연구 좀 해볼까... ㅋ

study 2009.05.29

침전

너무 많은 말을 해버렸고, 너무 많은 말을 들어버렸다. 왜 입을 다물고, 귀를 막지 못했을까. 말은 기억된 것이 아니다. 칼로 새겨져 있다. 기억은 희미해지고 점차 잊혀지기도 한다. 새겨져 있는 것들은 어찌 할 도리가 없다. 이미 몸의 한 부분이니까. 모든 달아오른 것들은 이제 식어버리는 일만 남아 있다. 아, 어리석고 어리석은 마음이여!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나의 길'을 가지 못했다. 슬픔을 획득하는 것. 앓아야 할 과정이다. 이제 무엇이 더 옳은 것이냐 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애시당초 '올바른 삶'을 고민하며 고통스러워 할 필요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삶'이 아니라 '나의 길'이다. 진정 '나의 길'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올바른 삶'일테니까.

diary 2009.05.28

추모에는 말이 필요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2002년부터 해서 그의 재임기간 내내 나는 '대통령 노무현'을 비판하는 편에 섰다. 내가 비판했던 것은 '대통령 노무현'이었지, '인간 노무현'은 아니었다. 물론 한 사람을 두고 딱 부러지게 구분해서 인식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대개 그의 정치행위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고 비판했다는 뜻이다. 그가 투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타인의 죽음 앞에 고개 숙이고 명복을 비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도리이다. # 1 그런데 변희재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국민 세금 1푼도 쓰지 마라"고 주장한다. "끝까지 국민에게 봉사하는 의무를 다 하지 못했기 때문에 예우를 박탈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폭의 보스' 어쩌고 하는 변희재의 문장에서는 할말을 잃는다. 전직..

opinion 2009.05.27

나에게 이런 때도 있었네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나의 글. 에 실려 있다. 어린 시절, 이런 때도 있었네 싶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나에게 그런 용기와 열정이 있었나. 캐리어 직원에게 바람맞은 시민기자 작성자 : 조원종 2001-05-02 00:00:00 조회: 177 나는 약속 안 지키는 사람을 굉장히 싫어한다. 오늘(4월30일) 난 바람맞았다. 무슨 일로? 어제였다. 메마른 땅을 촉촉히 적시는 단비가 내리는 29일 오후 4시 25분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누구? 글쎄다. 안타깝지만 그건 나도 모른다.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사람은 내가 다니는 학교와 학과, 이름, 핸드폰 번호까지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캐리어 직원'이라는 것뿐..

diary 2009.05.15

숙제

영화 를 봤다. 광주극장에서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꼭 봐야지 했는데 겨우 마지막 상영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신동일 감독의 전작 를 먼저 보았다. 아무래도 전작을 보고나면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는 보다 훨씬 더 복잡한 영화다. 주인공이 3명으로 늘어난 데다가, 그들의 관계는 남자와 여자, 친구, 부부 등으로 얽혀 있고, 그들의 욕망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근원이다. 그런데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어쩌면 관계와 욕망은 영화의 표면적 서사에 불과할 수 있다. 신동일 감독이 작정했던 것은 아마도 정치적 이야기였을 것이다. 예준은 학생운동을 했고, 군대 시절 '인간은 평등하다'며 동갑내기 후임병 재문에게 '친구로 지내자'고 했던 사람이다. 지금 예준..

movie 2008.12.11

장담 못하는 이야기

백수 : "성수야, 넌 니 딸 돌잔치 때 난 왜 뺐냐?" 성수 : "난 현규한테 연락 다 돌리라고 했는데 연락 안갔어?" A : "야, 백수한테 전화해가지고 뭐 떡값 나오냐? 그냥 넘어가는거지." B : "평소에 친구들하고 연락을 해. 나야 뭐 연락받고 간 지 알아? 알아서 찾아갔지." 백수 : "그래... 백수는 찌그러져 살아야지..." 성수 : "그러지 마. 한잔 해라." B : "무슨 속상한 일 있냐? 왜 표정이 안 좋아?" 백수 : "니네 사는 꼴 보니까 배가 아프다. 배가 아파." 백수 : "야, 너 이번에 얼마 까였다고?" B : "뭐? 주식?" A : "야야. 주식 이야기 그만 해. 이야길 하지마." B :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아파." A : "현규가 돈 좀 번 것 같더라. 너 이번에 ..

movie 2008.12.08

-6kg

사고 이후, 거의 석달 사이에 몸무게 6kg이 줄었다. 젠장. '밥 먹으려고 태어났냐'는 비아냥에도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먹고, 자전거를 즐겨타면서 일정한 체격과 체력을 유지해왔는데. 사고 나고 왕성한 신체활동을 거의 하지 못한데다가, 나름대로 심각한 마음앓이를 겪고 나니까 몸무게 6kg이 공중분해되어버렸다. 설상가상, 스트레스는 고운(?) 이마에 피부 트러블을 상처처럼 남겨놓았다. 다친 어깨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눈물나는 물리치료와 자가운동으로 이제는 팔을 들어 귀에 붙일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몸이 나아지면 마음도 조금이나마 회복되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diary 2008.11.28

부분적 사실

생협운동을 '중산층 먹거리 운동'으로, 대안학교를 '자신의 아이만은 특별하게 기르고 싶다는 부모의 욕심이 투영되는 또다른 귀족학교'로, 민주노총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귀족노조'로, 생각하는 부류들이 있다. 당연히 그러한 생각들은 편협한 것이고, 올바르지도 정당하지도 않은 비난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허무맹랑한 소리이니 무시해도 좋다고 할 수만도 없다. 그것이 작은 오해이든, 진심어린 비판이든, 악의적인 폄훼이든, 잘난 척 하는 냉소이든 아니면, '알바'들의 음해공작이든 상관없이 극히 부분적이나마 사실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운동과 대안적 의제들이 완전무결할 수는 없지만.

opinion 2008.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