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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극히 실용적인 지침들

걸으면서 철학하는 사람들 에서 김영민 교수의 글을 가져왔습니다. 산책, 극히 실용적인 지침들 1. 가급적 도심(都心)을 피한다. 이쁜 공원길이라도, 차도가 지척이거나 '파워워킹족'들이 좀비처럼 흘러다니면 하등이다. 시외나 심지어 산이라도 나무가 없거나 적은 곳은 썩 좋지 않다. (따라서, 해변을 걷는 일에도 나름의 운치가 깊지만 그것은 산책의 본령이 아니다. 요컨대, 짠물이든 민물이든, 물이 너무 많은 곳에서는 산책도 수행도 대화도 어렵다.) 그리고, 숲과 산이란 무릇 '계단이 없는 곳'이니, 비록 밀림 속이라도 계단식의 길을 오르는 짓은 산책/산행의 이치에 어긋난다. 조금 더 까탈을 부리자면, 원예종 꽃들이 배우처럼 방실거리는 베르사이유 정원같은 곳도 아니다. 제 맘대로 피는 꽃들의 재롱을 어쩔 수 없..

study 2007.03.21

Hallelujah / Jeff Buckley

[Jeff Buckley] Hallelujah *재생 버튼을 누르면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영화 를 보면서 퓔이 팍 꽂혀버린 노래. 정보를 찾아보니 이 노래 족보가 좀 복잡하다. 원곡은 Leonard Cohen의 1985년 앨범 수록된 것이다. 이 곡을 Jeff Buckley가 1994년 첫 앨범 에서 리메이크해서 담았다. 영화 에서는 캐나다 뮤지션 Gorden Downie가 다시 불렀다. 앞의 두 곡은 구해서 들어봤는데, 에서 나오는 곡은 구할 수 없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배경음악으로 들을 수 있다. 나에게는 Gorden Downie가 부른 노래가 가장 듣기 좋다. 원곡이 가장 못한 것 같다. ^^;; I heard there was a secret chord that david played an..

music 2007.03.19

우리는 모두 보행자이다.

두말 하면 잔소리다. 한국 사회의 주차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 주차공간 확보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전무하다시피하다는 정치적 원인도 문제이지만, 자동차 운전자들의 비윤리와 몰상식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면 거리낌 없이 인도에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불쾌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이면도로 진입로 때문에 끊긴 인도와 인도 사이에 얌체처럼 길을 가로막고 주차된 차량도 부지기수다. 특히 인도턱을 낮춰놓은 부분을 빈틈없이 가로막은 채 주차된 차량을 보면 자전거 페달 끝으로 확 긁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자전거가 다니기에 불편할 정도면 보행자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불법적으로, 비윤리적으로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보행자와 자전거는 불편과 불쾌를 겪어야 하고, 심지어 차도로 내려서야 하는 위험까지..

opinion 2007.03.18

<리틀 러너>- 착하디 착한 영화

영화 의 원제는 이다. 랄프는 주인공의 이름. 원제와 비교해보면 '리틀 러너'라는 국내 개봉용 제목은 참 운치 없다. 이 영화는 착하디 착한 영화다. 흠 잡기가 미안할 정도의 수준이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소년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화 와 닮았다. 조금 무거운 감이 있었던 와는 달리 는 유쾌한 편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유머와 귀여운 말썽꾸러기 랄프의 캐릭터 덕분이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특유의 낙천과 유쾌함을 잃지 않는 랄프. 이 영화는 인물을 측은하게 만들지 않고, 어줍잖은 동정심을 유발하지 않고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류의 영화보다 가 주는 감동이 훨씬 더 깊고 강하다. (나는 을 매우 지루하게 봤다.) 착한 영화들은 대개 매우 전형적이기 때문에 ..

movie 2007.03.16

속도 조절

새 자저거를 탄 이후로 속도가 좀 빨라졌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집까지 보통 40분쯤 걸렸는데, 요즘에는 30여분만에 도착한다. 좀더 좋은 자전거라 페달링이 조금 수월해진 감은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속도감을 즐기는 것 같다. 타이어 사이즈가 1.95에서 2.1로 더 두꺼워져 속도내기도 힘든데... 내 엔진도 업글됐나보다. ^^ 여하간 속도 조절해야겠다. 자전거나 보행자를 별로 개의치 않는 한국의 교통문화에서 살아남으려면. ㅎㅎㅎ

bicycle 2007.03.14

인간주의적 학교를 알아보는 기준

1976년 미국의 장학과 교육과정 개발협회(ASCD)의 인간주의 교육위원회는 학교가 얼마나 학생중심이고 인간중심으로 교육을 하는지 평가할 수 있는 100개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1978)이 그것이다. 그 중에 인상 깊은 항목을 몇 가지 옮겨놓는다. (사실은 100개를 다 타이핑하는 건 바보같은 짓이라. ㅎㅎ) 2. 학생이 실수하더라도 자아개념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7. 교직원은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결과에 중점을 두고 행동을 지도한다. 11. 교사들은 학생들을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32. 학생들은 자신들의 학교 생활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한다. 33. 교사들은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계속 해라', '그것 참 재미있는 생각이다'와 같은 느낌을 말해준다. 44. 학생들도 자기 평가에..

study 2007.03.12

짧은 만화 <불행한 소년>의 강박

만화가 최규석의 '불행한 소년'이라는 짧은 만화가 김규항이 발행인으로 있는 라는 어린이 잡지에 실렸다. 그런데 그 만화를 두고 논란이 생겼다. 그 만화를 본 구독자들(의 부모!)이 항의하고 해명을 요구하고, 절독 선언까지 불사했다고 한다. 일단 만화를 감상하시라. '불행한 소년' 그리고 항의와 해명 요구에 대한 김규항의 답장을 읽어보시라. 나는 김규항의 입장과 주장에 대하여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특히 가짜 천사에게 평생을 속은 사람에게는 분노할 권리가 있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에게 현실의 추악함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 것은 결국 아이들이 아닌 어른의 속을 편하게 하려는 심사라는 것. 또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려고 하는 강박이 있다는 것. 이것들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

opinion 2007.03.10

새 자전거를 소개합니다.

지난 2일, 주문한 새 자전거가 도착했습니다. 2007년형 MERIDA SUB40 입니다. 이전 자전거를 도난당한지 꼭 일주일만이었죠. 더 좋은(비싼) 자전거입니다. 내 자전거 훔쳐간 도둑놈 보란듯이, 더 좋은(비싼) 자전거를 장만했습니다. 도둑놈에게 나는 좌절하지 않는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다시는 내 자전거를 홀로 남겨놓고 집에 가지 않을 것입니다. 번거롭더라도 되도록 실내 보관을 원칙으로 할 생각입니다. 새 자전거를 소개하며, 역시 시 한편을 적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내 손으로 잡은 변속레버로 따스하게 번져오는 감촉을 주고 받으며 걸레를 들어 그대에게 묻은 흙먼지를 닦아주고 얼어붙은 내 엉덩이를 그..

bicycle 2007.03.07

나를 '나'라고 말한다는 것

말은 사회적 산물이다. 그 사회의 구조와 통념이 반영되지 않은 말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 군사독재정권은 '곧 전향할 것'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는 '미전향 장기수'를 고집했다. 이 말은 나중에 '비전향 장기수'로 바로 잡혔다. 결혼을 당위나 의무쯤으로 전제(이건 폭력!)해버리는 '미혼'이라는 말은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존중하는 '비혼'으로 바꿔 쓰인다. 불안정감을 주는 '편부모' 대신에 '하나로도 완전하다'는 의미의 '한부모'가 쓰인다. 당하기만 하고 약하다는 느낌을 주는 '피해자'는 폭력에 대항해 살아남은 적극적인 존재를 의미하는 '생존자'로 대체되었다. 이와 비슷하게, 대인관계에서 쓰이는 호칭도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호칭은 관계의 성격을 반영하고, 지위와 연령, 성별 등 위계와 힘의 관..

opinion 2007.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