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782

흔들리며 피는 꽃

범능스님이 부르는 노래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잖고 피는 꽃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면서 꽃망울 고이고이 맺었나니 흔들리잖고 피는 사랑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서 피는 꽃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비바람 속에 피었나니 비바람 속에 줄기를 곧게 곧게 세웠나니 빗물 속에서 꽃망울 고이고이 맺었나니 젖지 않고서 피는 사랑 어디 있으랴 자연에서 시상을 떠올리고, 그것을 인간사에 조화시키는 시인의 섬세함.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하지만 시들 때까지 흔들리기만 하는 꽃도 없다. 흔들리다가도 보란듯이 우뚝 서는 때가 있다. 흔들리기만 한다면, 꽃도 사랑도 어찌 견딜 수 있을까. 흔들릴까..

diary 2007.03.03

자전거를 도난당했습니다.

그리 비싼 자전거는 아닙니다만. 학생 신분에 나름대로 큰 돈 들여서 장만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처럼 저에게도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소중한 녀석입니다. 본격적인 자전거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해준 녀석이거든요. 애지중지하던 녀석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리니 마음 한 구석이 무너져내리는 것만 같습니다. 도난당한지 오늘로 3일째. 날마다 그 장소에 가서 서성입니다. 웬지 그 자리에 다시 돌아올 것만 같아서요. ㅠㅠ 주변에서 보시면 꼭 연락부탁드려요. 017-608-9541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내 자전거 훔쳐간 사람이라면, 제발 제자리에 갖다 놓으세요. 4관절 자물쇠로 잠궈둬서 쉽게 절단하지도 못할 것 같은데, 팔아도 그리 큰 돈 만지지 못할텐데, 당신의 마지막 양심에 호소합니다. 내 자전..

bicycle 2007.02.27

가족 너머를 상상해

혈연 중심의 가족제도는 불합리하다. 가족의 맹목성은 폭력과 다를 것이 없다. 가족이기 때문에 불합리한 것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가족이기 때문에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상처받기도 하고 이해불가를 선언하기도 한다. 가족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용서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반응하지 않았을 일이 많다. 이러한 맹목성은 사회적 산물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혈연이라는 생물학적 근원을 갖고 있다. 혈연은 선택이 아닌 운명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에 이미 불합리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족의 맹목성과 당위는 누군가에게는 폭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내가 한국의 TV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가족주의적 가치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가족 이야기가 ..

movie 2007.02.19

행동하지 못했다.

시내에서 볼 일을 보고 학교로 돌아왔다. 배가 고파서 바로 1생 학생식당으로 갔다. 식권 판매소로 가서 줄을 섰다. 내 앞에는 한 여성이 꼬마 아이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던 아이는 급기야 엄마의 손을 놔버리고 저만치 가서 혼자 막 돌아다닌다. 아이가 걱정된 그 여성은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식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하니까 아이를 다시 데리러 가지도 못하는 눈치다. 엄마의 속도 모르고 아이는 돌아오라는 엄마의 말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 여성이 식권을 살 차례가 되었는데 아이를 지켜보랴, 식권값을 치르랴 안절부절 못하는 게 역력했다. 나는 바로 뒤에서 그 광경을 느긋하게 지켜보고만 있었다. 최소한 서두르라고 눈치를 주지는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밥을 타와서 혼자 테이..

diary 2007.02.05

티켓

켄 로치 감독의 영화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영화다. 에르마노 올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켄 로치. 에르마노 올미 감독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 은 이들 거장 3인방의 옴니버스 영화다. 잘 모르지만, 켄 로치가 함께 작업했다는 이유만으로 '거장'이라는 표현에 동의한다. 대부분 이야기는 기차 안에서 이뤄진다. # 에피소드 1 이타심 또는 선행에 관한 이야기다. 1등석에 자리잡은 노학자는 탁자 위에 노트북 컴퓨터를 올려놓고 편지를 쓴다. 업무차 방문한 어느 연구소(혹은 기업?) 측에서 일하는 금발 미녀에게. 그녀는 노학자의 기차 티켓을 예약해주고, 직접 배웅까지 나온다. 노학자는 그녀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낀다. 1등석 칸 맨 앞 테이블에 앉아서 여인에 대한 공상에 빠져 있는 노학자. 그의 눈 앞에는 1등석..

movie 2007.02.04

페달질을 멈추면 자전거는 쓰러진다

입춘을 맞아 2시간 동안 라이딩 하고 왔어요. 집에 오니까 등짝에 땀이 흥건하더군요. 포근한 날씨였어요. 오늘 자전거 타다가 머리를 탁 치는 교훈을 배웠어요. 광주천변은 지금 곳곳에서 공사중이예요. 시내 음악분수 있는 곳을 지나면 공사하느라 자전거 도로를 모두 파헤쳐 놓은 지점이 나옵니다. 아스팔트를 모두 걷어낸 맨 땅에 커다란 돌덩이들이 울퉁불퉁 튀어나와 있지요. 요철이 매우 심해서 사람들 걸어다니기에도 불편해요. 그곳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습니다. 쿵쿵... 변속기어를 저단으로 놓고 천천히 페달을 돌리면서 갔습니다. 나름대로 산악 코스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재미나더군요. 이런 오프로드에서는 페달질을 멈추면 안됩니다. 균형을 잃거든요. 변속기어를 저단으로 놓고, 저속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페달을 ..

bicycle 2007.02.04

통일문제 단상

지난 2일 개강한 대학원 수업 중에 라는 과목이 있다. 오늘 발제 부분을 미리 읽으면서 질문거리를 공책에 적어 놓았다. 그런데 발제가 끝나고 토론시간을 갖지 못했다. 교수님이 외장하드에 담아 온 동영상을 보고, 보는 틈틈히 강의로 남은 시간을 다 보내고 말았다. '통일문제'에 대하여 학문적 탐구를 해본 적이 없어서, 거의 문외한이다. 단상을 메모한 것이라고 생각해주시라. 분단 이후 한국이든, 북조선이든 통일에 대하여 진정성을 가지고 통일정책을 추진한 집권세력이 있었나? 결과적으로 양측의 역대 집권세력들은 겉으로 '조국의 통일'을 부르짖으면서 분단상황을 자신들의 권력 유지나 연장을 위해 활용해왔다고 생각한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은 그 자체로 매우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자주와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opinion 2007.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