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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만, 내가 영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전거를 탐으로써 환경에 끼치는 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긴 하다만, '환경보호'는 내가 자전거를 타는 가장 큰 이유는 아니다. 자전거 타는 일이 그닥 재미도 없으면서 고생스럽기만 하다면 기를 쓰고 타지는 않을테니까. 활발한 전신운동과 스트레스 해소 덕분에 내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도 자전거를 타면 저절로 얻는 것이긴 하다만, 건강해지려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자전거에 환장(?)하는 것도 아니다. 자전거를 타면 재미있다. 이게 가장 중요한 이유다. 자전거를 타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는 행복감을 만끽한다. 이반 일리히의 책 'En..

bicycle 2010.07.17

자전거도로, 이러지 말자구

최근 극락교에서부터 매월동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까지 자전거 도로가 신설됐다. 행안부가 국비지원해서 구간까지 정해준 사업이라는데. 그런데 그 구간은 자전거는커녕 보행자 찾아보기도 힘든 곳이다. 자동차들만 살벌한 속도로 달리는 구간이지, 자전거 탈만 한 곳이 아니다. 서구청은 '국가 시책인 저탄소 녹색성장에 적극 동참해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개설했다고 주장(!)한다만. 한마디로 돈낭비다. 완전히 무용지물이란 말은 아니다만, '녹색성장'이니 'CO2 배출량 감축'이니 뻥치지는 말아야 한다구. 저 길로 자전거가(레저 말고 교통수단) 몇대나 다니겠냐. 18억원이나 썼다는데 와 정말 그럴 돈 있으면 밥 굶는 사람들 한끼라도 먹이는 데 쓰는 게 낫다. 자전거(전용)도로는 도심 한복판에, 자동차가 가장 ..

bicycle 2010.07.15

김예슬

'돈,돈,돈' 하거나 '그래도 현실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다르게 살면(또는 다르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어'라고 명랑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거다. 그래서 올해 초에 일어난 '김예슬 선언'은 사적인 결단이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어마어마한 화두를 던진 사건(?)이다. 행복은 어떤 조건을 가졌을 때보다는 어떤 것을 내던졌을 때, 어떤 것들과 결별하는 결단을 내렸을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지 않겠냐는 물음을 김예슬은 던졌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김예슬'은 회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opinion 2010.07.14

성폭력의 본질은 권력관계

남자가 여자에게, 교사가 학생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직장상사가 직원에게, 상관이 부하에게, 고참이 쫄병에게, 교사가 교생에게, 남자애인이 여자애인에게, 정치인이 연예인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어른이 아이에게, 사장이 알바생에게, 군인이 민간인에게 저지르는 것이 성폭력이다. 그 반대의 경우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성폭력의 본질은 '성욕'이 아니라 권력관계 아래 벌어지는 '폭력'이기 때문이다. '참을 수 없는'(?) 성욕 때문에 성폭력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자신보다 약자이기 때문에(보복이나 처벌을 당할 가능성이 낮다고 믿기 때문에) 성폭력은 저질러질 수 있는 것이다. 성욕은 성폭력의 의도를 품게 만들 수는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데 결정적이지는 않다. 남자 신입사원이 여자부장에게 성욕을 품을..

opinion 2010.07.12

10년 전의 일기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를 들으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오늘은 낡은 책상 서랍에서 / 10년이나 지난 일기를 꺼내어 들었지 / 왜 그토록 많은 고민의 낱말들이 / 그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지 정말 좋은 노래는 종종 '이거 완전 내 이야기잖아!' 하게 만든다.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보았다. 낡은 책상 서랍은 아니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꺼내긴 했지만. 뭐. 정말 뭔 놈의 '고민의 낱말들이 그 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지' 모르겠다. 답 안나오는 관념들을 붙잡고 혼자 폼잡고 있었던 모습을 생각하니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만. 다들 그럴 나이 아니었냐 막 이래. 나는 누구인가, 누가 나인가 / 2000년 *월 *일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

diary 2010.07.09

눈물

어진간한 신파 멜로에 눈물을 빼진 않는다. 아주 어렸을 때 TV 드라마를 보다가 엉엉 운 적이 있다. 수년간 잃어버렸던 자식들을 찾은 엄마가 아주 오열을 하는 그런 장면인데, 지금도 생생하다. 드라마가 워낙 최루성이기도 했으나, 결정적으로 옆에서 엄마가 운 것이 컸다. 엄마가 TV 보다가 우니까 어린 나도 울었다. 그 이후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운 일은 거의 없다. 좀 어이없게도 영화 를 보고 펑펑 울긴 했다. 이성재랑 고소영이랑 나오는 영화인데, 어렵게 기적처럼 임신한 아이가 무뇌증에 걸려 태어난지 하루 안에 죽는다는 걸 알고도 낳는다는 좀 뻔한 신파다. 신생아실 유리벽을 사이로 곧 죽을 아이를 보며 웃음 짓지만 얼굴은 눈물 범벅인 이성재와 고소영. 나도 같이 울었다. 씨바. 그 뒤로는 그렇게까지 눈..

movie 2010.07.08

내 깡패같은 애인

'내 깡패 같은 애인'은 옆집 사는 깡패가 애인 같은 '깡패'가 되었다가 깡패 같은 '애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거 꼭 봐야 한다는 정도는 아니다만, 웃음도 주고 눈물도 주고, 사회적 이야기도 있고 그렇다. 박중훈의 깡패.... 아니 양아 연기는 지금까지 우리가 익히 봐왔던 것이고(역시 박중훈! 그런 뜻), 정유미는 좀 아쉬움 남는 그런 연기를 보여준다. 정유미의 연기가 별로라는 말은 아니고. 정유미가 장편 상업영화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은 것으로 안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인상을 좀 심어주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별로 그럴만한 연기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영화의 내용이나 캐릭터 자체가 그닥 튀는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좀 아쉽다. 정유미는 참 괜찮은 배우인데. 어쨌거나 청..

movie 2010.07.05

이기주의

1. 대학 1학년 때였나 싶다. 지금은 사라진 것으로 아는데, 오월대라는 무시무시한 조직이 있었다. 전남대에서 운동권 남학생들이라면 누구나 몸 담았던 '준군사조직'. 서울 쪽에서는 사수대라고 불렀으나, 광주전남권 대학에서는 '전투조직'이라고 했다. 여하간 오월대는 가투에서 전경과 쌈박질하는 게 주요 임무이긴 했으나, 가끔 학내규찰활동도 했다. 늦은 밤 학내를 돌아다니면서 취객 정리, 불량(?) 고삐리 군기 잡기, 오토바이 폭주족 단속, 여학생 보호 같은 경찰 노릇을 하는 거다. 학우들의 안전을 위한 활동이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깃발 들고 구호 외치고 노래 부르며 돌아댕기는 남학생 떼거리를 보고 학우들이 오히려 위협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만. 그건 그렇고. 어느날 긴급히 학내규찰 소집령이 떨어졌는데,..

diary 2010.07.02

언제부터 여성을 위했다고

요즘 TV, 책, 인터넷 등을 보면 여성 심리에 대한 콘텐츠들이 종종 눈에 띤다. 전문적인 심리분석도 없진 않지만, 많은 것들이 오락성 짙은 심심풀이 같은 것들. 특히 TV 프로그램에서는 오락과 가십을 더 부각시키는 것들이고. 대개 '화성남자 금성여자'의 예능 버전들이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제한적으로 다뤄지는데, 연애하는 또는 결혼중인 젊은 여성에 국한된다. 그래야 잘 팔리니까 뭐라 할 일은 아니다만. 여하간 엄마의 심리 이런 건 소재가 되지 못한다. 사회적으로나 가족적으로나 '엄마'들은 '여성'을 박탈당하고 살아가니깐 뭐. 그건 그렇고. 그냥 오락으로 생각하고 웃고 넘기거나 간혹 '맞아 맞아' 하는 것들도 없진 않다. 하지만 이것들을 자신의 실제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좀 위험하다. 그닥 효과적이지도 ..

opinion 2010.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