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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꽃

1.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서 모두에게 착한 사람이 되는 일은 없다. 거의. 2. 감정노동은 노동으로 표현하는 거짓말이다. 자본은 노동자에게 감정을 팔도록 한다. 노동자에게 강요된 감정노동은 고역스런 거짓말이 된다. '고객님, 사랑합니다~' 사랑은 개뿔. 자본의 '사랑'은 완전하게 조건적이고 일방적. 자본이 사랑하는 건 나의 지갑과 소비욕망. 그것도 내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아무 상관도 없이. 3. 명박 정부의 새로운 부동산 대책. 골자는 빚 더 내줄테니 집 사서 부동산 가격 좀 떠받치고 있어라. 파국적인 디버블링 시대를 예견하는 목소리가 한둘이 아니건만...

music 2010.09.01

이분법

한일합방늑약 100년을 맞아, 2006년에 기록해둔 노트에서 옮겨 놓음. 고미숙의 책 을 읽으면서, 부분적으로 발췌해둔 것임. 거창한 기호일수록 시초를 거슬러 올라가면 속이 텅빈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사람의 최고권력자가 자신이 능동적으로 수행한 어떤 치적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직 적에 의해서만 규정된다는 사실 자체가 일단 심각한 결락이 아닐 수 없다. 구체적인 힘의 배치를 읽으려 하지 않고 오직 일본에 의해 희생당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사건의 의미를 규정하려는 데 있다. 조선의 지배층은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적대적 긴장을 활용하기보다 러시아에 완전 밀착함으로써 개혁의 기회를 상실했을 뿐 아니라 일본을 자극하는 결과만 낳고만 셈이다. 민비는 이런 맥락에서 시해되었다. 민비가 명성황후라는 새로운 기호로 부각..

study 2010.08.30

만화책

내년에 부모가 될 어느 부부를 위한 선물로 을 샀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선물은 책으로 하는 편인데, 저렴한데다가, 교양 있는 척 폼도 좀 나고, 선물을 주게 된 이유와 관련된 의미도 부여되고, 여러모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선물 하기 전에 미리 읽어볼 수 있는 얕은 속셈도 부릴 수 있다. 은 대학 시절 학생회실로 배달되는 한겨레를 꼬박꼬박 찾게 한 이유 중 하나였다. 솔직히 그때에는 '소시민적 삶'에 대한 치기어린 거부감도 없진 않았으나, 그냥 외면하기에는 너무 재미있었다. 다운이는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엽고 그랬다. 이번에 구입을 위해 인터넷 서점에 갔더니, 벌써 7권까지 나왔다. 다운이가 벌써 초등학교에 갔다니. 그나저나 이러다가 다운이가 청년이 되고, 연애를..

diary 2010.08.28

스킨을 바꾸고

오랜만에 블로그 스킨을 바꿨다. 내 삶의 기조 중 하나인 '단순하게 살자'에 맞춰서 아주 심플한 스킨으로 간택했다. 이미지는 단 한개도 없다. 내가 원하는대로 스킨 소스를 수정하느라 삽질(은 가카만 하는 게 아니다)을 하긴 했지만 썩 마음에 든다. 어느 때부턴가 단순한 게 좋아졌다. 영화 의 유명한 '진심주' 장면에서 정유미가 이런 대사를 친다. "가장 단순한 게 가장 좋아질 때가 온다" 단순한 게 좋아지는 것은 단순하게 살다보니 그리 되는 경우보다는, 복잡하게 살다보니 이게 안 좋은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할 때 그렇게 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가끔은 단순하게 살기 위해서 복잡한 것들을 힘겹게 정리해야 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단순하게 산다는 건 결국 단순한 문제가 아닌 거다.

diary 2010.08.28

자세

갈등과 불만을 일으키는 원인은 대부분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종종 이해하려는 자세조차 불성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살다보면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보다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게다가 죽었다 깨나도 절대 (당사자 만큼)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예컨대, 임신과 출산에 대하여 여성들이 갖게 되는 복잡다단한 심리를 남성은 여성 만큼 이해하지 못한다. 남성들이 군대에서 겪어야 하는 좆 같은 일들이 남성의 영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성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버려두자는 건 온당하지 않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과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너도 애 낳아봐라' 하거나, 남성이 여성에게 '너도 군대 가봐라' 하는..

opinion 2010.08.23

산장 라이딩

오랜만에 무등산 산장 찍고 왔다. 아침부터 조금씩 끓어오르는 더위에 맞서며, 으샤으샤 낑낑 헉헉 페달을 돌리고 돌려 오르고 오른다. 힘은 들지만, 도심에서 달리는 것보다는 39억만배는 낫다. 간간히 나를 제치고 올라가는 자동차들이 발암물질 가득한 매연을 후욱 뿜어주는 덕분에 씨발씨발 하긴 했지만. 울창한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그늘에 감사하며 구불구불 오르막을 오른다. 내려 오는 라이더들을 만나면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이쁘장한 소녀가 자동차의 썬루프 위로 상체를 다 빼놓고 바람을 즐기며 내려온다. 소녀는 나를 보고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고. 나는 한 손을 번쩍 들어 흔들면서 '안녕' 한다. 기분 좋다. 잠시 쉬었다가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내려온다. 안장에 앉아 있기만 해도 시속 50km에 육박한다. 무..

bicycle 2010.08.22

영산강 죽이기 사업 시찰 라이딩

지난 8월 8일 일요일. 광주 라이더의 레전드라 할만 한 김 라이더, 광주 다큐계의 레전드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를 최 라이더와 함께 영산강 죽이기 사업 시찰을 빙자한 라이딩을 다녀왔다. 이른 아침에 출발했는데도, 아주 삶아 먹으려는 듯 태양은 활활 타오르고. 밤새 얼려둔 물이 금새 미지근해지는 폭염을 뚫고 역사의 현장에 도착. 나주 학산리에서 자행되고 있는 승촌보 공사 현장. 학산교 중간 쯤에 '목표 수위'라고 크게 적혀 있는 거대한 눈금 기둥이 있다. 눈금의 높이는 학산교 보다 훌쩍 높다. 그러시겠지. 배를 띄워야 항게롱. 근데 여름에 폭우라도 내리면 인근 마을과 논은 순식간에 잠겨버릴 것 같던데. 이 무슨 미친 짓인지. 4대강을 따라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전국일주를 하게 해준다는 게 가카의 은혜로운 계..

bicycle 2010.08.20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가카의 사람들

명박의 사람들은 피디수첩을 한번 꺾어주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그들의 더러운 짓 덕분에 피디수첩은 날개를 달게 된 형국이다. 못보게 했으니 봐야겠다는 사람들은 많아질 것이고. 그냥 방송하게 뒀으면 한동안 논란이 되다 말거나, 기껏해야 몇몇 하수인들 내세워 도마뱀 꼬리 자르면 그만이었을 일을 대놓고 키운 꼴이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제 할 일 성실히 하는 언론인들이었을 피디수첩을 정의로운 저널리스트로 만들어준 건 명박의 사람들이다. 피디수첩이 평범한 프로그램이라는 말은 아니고. 권력에 대한 감시견은 고전적이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언론의 임무라는 뜻. 이게 방송 못하게 한다고 감춰질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학살자가 대통령 하던 시절, 80년 5월 광주를 담은 비디오테잎이 몰래몰래 전국을 돌았다. 지금과는 비..

opinion 2010.08.19

<악마를 보았다>를 보았는데

감독 김지운, 딱 하나 믿고 봤는데. 소감은 '에잇 이건 뭐' 그렇다.화면이 잔혹해서도 아니고, 서사가 빈약해서도 아니다만, 실망스럽다. 내가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꼭 찾아보는 까닭은 비쥬얼이 멋지기 때문이다. 특히 은 화면이 아름다운 영화로 강렬한 인상을 갖고 있다. 아마도 이후로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서사에 신경 쓰면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나에게 김지운 감독은 이창동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던 셈. 는 꼭 극장 가서 봐야지 했던 영화인데, 하드고어를 김지운은 어떻게 만들어냈을까 하는 게 궁금해서다. 결과는 갸우뚱. 에게 이게 무슨 김지운이야 싶은 정도. 기가 막힌 양과 각도의 조명을 사용해서 인물과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해내는 것도 에서 더 나아..

movie 2010.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