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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 좀 지키고 살자

살다보니 별 희한한 일도 다 생긴다. 조선일보에 실린 글을 내가 추천하게 될줄이야. 지난달 2일 조선일보 논설주간 송희영의 칼럼인데, 현대건설 매각 입찰에 관한 내용이다.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이라거나 '저소득층에 주식 할인 판매' 같은 대안까지 나온다. 어쨌든 한국의 재벌가들은 염치가 그렇게 없냐. 니들이 말아 잡순 부실기업을 국민 세금으로 살려놨더니, 그냥 미친 척 하고 잡수시겠다고? 하긴 니들은 뼛속까지 그런 놈들이긴 하다만. 공적 자금만 있고 공적 책임은 없는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명박정부 때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고. 걸핏하면 시장자유 노래하던 놈들이니까 마음껏 시장자유 누리다가 뒤지는 게 맞잖아. 시장자유에 어긋나게시리 넙죽 공적 자금 받아챙기는 놈들. 하여간 일관성이 없어, 일관성이. 진..

diary 2010.11.15

소주

1. '소주가 맛있다'는 말을 나는 안 믿는다. 한잔 마시고선 뜨끈한 국물 한숟갈 떠먹거나 하다못해 '크~윽' 소리라도 내지 않으면, 참기 힘들 정도로 독한 소주가 맛있다는 건 말이 안된다. 게다가 소주에 무슨 향이 있나. 아, 레몬소주 같은 게 있긴 하다만. 하지만 소주를 참말로 맛있게 마시는 형이 있었다. 대학 졸업 후엔 만난 적도 없고, 지금은 뭘 하고 사는지도 알 수 없지만, 소주를 맛있게 마시는 사람이었다. 그 형은 소주잔을 한번에 확 털어넣는 법이 없었다. 물을 마시듯 여유롭게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러고 마지막 한방울까지 남김없이 빨아 마셨다. 난 그 형이 소주를 마시는 걸 보면서 '빨아 마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잔 바닥이 보일 정도로 기울어졌을 때 그 형의 입에서는 '쭈~욱' 소리가 ..

diary 2010.11.13

자전거의 힘

지난 7월 KBS에서 이라는 이름으로 방영된 캐나다 다큐에 나오는 장면이다. Cogent Berger Productions과 CBC가 2009년에 제작한 에 자막 입혀서 방영한 거다. 이걸 보면 자전거 타는 사람이라면 국적과 인종을 불문하고 생각하는 게 똑같다는 걸 알게 된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건 자전거 도난과 자동차와의 사고 가능성.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가장 요구하는 것은 '자동차와 자전거의 분리'(그러니까 자전거 전용도로)라는 것. 그래서 자전거를 타면 모두 동지가 된다. 유럽의 자전거 선진국들이 처음부터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우선했던 것은 아니다. 날 때부터 환경운동가들이었던 건 아닌거다. 그들도 자동차 천국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이 자전거를 타게 된 이유는 자전거가 좋아서가 아니..

bicycle 2010.11.08

기네스 PPL

영화 에 나오는 장면. 저 여자가 냉장고 문을 열자마자 내눈에 포착된 검은색 캔. 앗! 기네스다. 단박에 알아챘다. 그리고 한캔을 꺼내서 따개를 따자 솟아오르는 크림거품. 천천히 들이키면서 관객에게 캔에 인쇄된 기네스 브랜드를 대놓고 보여준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여섯개의 기네스 캔. PPL이 확실하다. PPL까지 하는 걸 보니 기네스가 한국시장에도 마케팅을 좀 해보려는 생각인 것 같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웬만한 술집에선 기네스 구경하기도 어려웠는데. 얼마전 약속장소로 가다가 좀 화려한 치킨집에서 기네스를 파는 걸 보고선, 기네스 너무 흔해지는 거 아니냐 했더랬다. 기네스가 흔해지면 안되는데. 안타깝다. 내가 말릴 수도 없고.

diary 2010.11.08

~만 하면

아이는 '어른만 되면' 하는 생각으로 살고, 고등학생은 '대학만 가면'이라는 생각으로 버틴다. 실업자는 '취업만 하면' 이라는 생각으로 살고, 수험생은 '합격만 하면' 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문다. 천대받는 보행자와 대중교통 이용자들은 '승용차만 사면'하는 생각으로 오늘도 참는다. 세들어 사는 사람들은 '내집마련만 하면' 하고 설움을 삼킨다. 나이가 꽉찬 미혼은 '결혼만 하면' 하는 생각으로 오늘을 보내고, 기혼자들은 '자식만 낳으면' 하고 산다. 자식을 키운 사람들은 '손주만 보면' 하고 노년을 맞이한다. 인생을 '~만 하면'으로 나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빡 친다. 언젠가 친구 M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주제로 난상토론(?)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개나 소나 행복으로 사는 거 아니냐..

opinion 2010.11.08

쥐20은 민폐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민폐'란 민간에 끼치는 폐해다. 쥐20은 민폐다. 회의장 주변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한다는 위헌적 발상은 차라리 예상했던 거다. 얻는 것도 없으면서 되게 신경 써야 하고 돈은 돈대로 쓰고 시민사회로부터 좋은 소리도 못 듣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하라 해도 안한다는 쥐20 의장국을 넙죽 받아오더니, 민폐가 이만 저만 아니다. 원래 올해말 완공예정이었던 광화문 현판 복원은 광복절 행사와 쥐20 일정에 맞추느라 석달 앞당겨졌고, 결국 쥐20을 코앞에 두고 금이 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공항 근처 음식물쓰레기처리장 가동을 중단하니까 인민들한테 음식물쓰레기 배출을 자제하란다. 쥐20 정상들이 지나가는 길에 악취가 나면 안된다고 그 난리다. 아니 그들이 무슨 오픈카 타고 퍼레이드라도 하냐 말..

opinion 2010.11.05

'한국형 체벌 매뉴얼'을 수출하라

학교에 체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려면, 더불어서 군대에도, 감옥에도, 회사에도, 청와대에도, 사회 모든 영역에 체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야 한다. 폭행범을 체포해서 재판을 받게 하고 감옥살이 시키는 것보다는 곤장 몇대 때리고 돌려보내는 게 더 '인간적'이라는 주장도 해야 한다. 재벌 회장님들한테 쓸데없이 사회봉사 따위 시키지 말고, 추징금 따위 뜯어내지 말고, 엉덩이 까고 곤장을 때려야 한다고.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어디에서나 '말로 안되는 놈'은 꼭 있으니까. 아이들은 어느 정도 미성숙한 면이 있고 판단과 결정에 오류의 가능성도 어른보다는 높을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고. 이런 아이들에게조차 교육이 아닌 체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려면, 다 큰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말로 안되는 놈..

opinion 2010.11.03

남의 집에서 남의 집을 들고 쳐웃고 있다. 그리고 그 '남'은 동일 인물. 박 고수가 산좋고 물좋은 곳을 찾아 집 짓는다는 소리를 들은 건 좀 오래된 일. 몇년 만에 드디어 집을 짓긴 지었다. 사람이 들어가 살기엔 턱없이 미니멀하고 깔고 앉으면 박살나는 우드락을 소재로 만든 집이긴 하다만. 집은 집이다. 실제 공사현장에서 저 모양이 어디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고. 그러나 저러나 박 고수에게 저런 소년같은 면모가 있다는 점에 놀랐다. 성취감은 결과에서 오기도 하겠으나, 행복은 과정없이 올 수는 없을 것이고. 대충 박 고수가 실제 집을 지었을 때 느낄 행복감도 부럽긴 하겠다만 저 보잘 것 없는(?) 우드락 집을 지을 때 가졌을 행복감이 마냥 부럽고 아니꼽고 질투 나고 그런다.라고 하지만 축복하는 마..

diary 2010.10.30

<대물>, 자꾸 손발 오그라들게 할끄야?

드라마 을 보게 된 이유는 딱 두가지다. 정치드라마이고 고현정이 나오기 때문. 정치드라마나 법정드라마는 웬만하면 챙겨보는 편이다. 고현정은 중학생 시절부터 나의 여신. 고현정이 나오는 정치드라마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만. 갈수록 이거 정말 봐야하나 싶을 정도로 참고 보게 된다. 정치 외압설은 그러려니 하고 박근혜 띄우기설 같은 건 뜬금없다 싶은데, 유치한 설정들 때문에 모처럼 나온 정치드라마를 즐기기 힘들다. 부패 정치인들 까는 것은 진부하긴 해도 참고 보겠는데, 서혜림이라는 정치인 캐릭터는 좀 아니다. 어른들 세계에 어린아이를 밀어넣은 것처럼 생뚱맞은 설정들이 너무 많다. 국민의 편에 서는 정치인이라든지, 우리가 원하는 정치인 그런 상을 그리는 건 좋은 일이다만, 꼭 그렇게 바른생활 교과서를 어리숙..

diary 2010.10.28

기권

오늘은 광주 서구청장 재선거날이다. 난 투표 안했다. 투표권을 갖게 된 이후 투표 안한 건 처음이다. 이유는 투표하고 싶은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면 간단하지만, 글쎄 마음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은 것 같다. 진보신당 후보가 있으면 묻지마 투표를 하고, 민노당 후보라도 있으면 '비판적' 투표를 한다. 나름 투표원칙으로 삼고 있는데, 이번에는 단일화되는 바람에 지지 후보가 없었다. 참여당 서대석 후보가 야4당 단일후보로 나서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지의사는 생기지 않았다. 선거현수막에 '노무현 비서관 출신'이라고 홍보하는 것도 영 마뜩치 않고. 선거운동 기간 중 윤난실 진보신당 부대표가 서대석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유세를 보면서 한쪽 마음이 휑 했다. 물론 하고 싶은 것만 하겠다면 정치인이 아니겠다만..

diary 2010.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