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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적 소비'의 이념

'이념적 소비'라는 아주 아름다운 표현이 등장했다.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씨의 작품이다. 마트에는 거의 가질 않아서 몰랐는데, 이마트에서 피자'마저' 파는 모양이다. 동네 피자집보다 더 큰 피자를 더 싸게 판단다. 그래서 재미를 좀 보는 것 같다. 어느 트위터러가 정용진씨의 트위터에 '소상점을 죽이는 공략을 포기해달라'는 요지로 의견을 보냈고, 이런저런 트윗이 오가는 중에 정용진씨는 (소비자들이 동네상점보다 마트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라며 '본인은 소비를 실질적으로 하시나요 이념적으로 하시나요?'라는 물음을 던졌다. 나는 정용진씨가 이런 질문을 한 속내를 알지 못한다. 다만 '소비자는 이념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라는 게 정용진씨가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짐작만 할 뿐이다. '이념'..

opinion 2010.09.25

노다메 칸타빌레 최종악장 Vol.1

극장 가서 보고 왔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영화나 드라마나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냥 TV드라마를 극장 스크린에서 본다는 것 뿐. 스토리의 얼개는 항상 똑같다. 치아키에게 어떤 과제가 주어지고 우여곡절 끝에 훌륭하게 수행해낸다는 식. 여기에 노다메와의 코믹 로맨스가 있고, 만화스러운 코믹과 주변 인물들의 우스꽝스런 연기가 양념 노릇을 한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가 그랬다. 영화판이라면 극장에서 상영되는 장편 시트콤, 뭐 그렇게 보면 맞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그저 그렇다는 말이냐 하면, 아니올시다. 는 아주 사랑스럽다. 우에노 주리의 노다메 연기는 전매특허 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케와키 치즈루가 노다메 역을 맡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우에노 주리의 노다메는 한마디로 딱이다. 우에노 주리가..

music 2010.09.19

with a cup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방방 뜨게 만드는 월드컵 뭐 그런 컵은 아니다만. 날마다 적어도 한번 이상은 쓰게 되는 컵. 물 마실 때도 쓰고, 차 마실 때도 쓰고, 술 마실 때도 쓰는 그 컵. 자주 쓰게 되지만 자기 컵 갖고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딜 가나 간편하게 쓰고 버릴 수 있는(게다가 거의 공짜이기까지 하다) 종이컵 같은 일회용 컵들이 완비돼 있으니까. 알고 보면 한국은 진짜 편한 사회다.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데 있어선 강대국(?)이다. 종이컵이라 사람들은 대개 별다른 의심을 갖지 않지만, 이게 그냥 종이로만 만들어졌을 리 없잖아. 진짜 종이컵이라면 물이 들어가면 버텨내겠냐고. 종이컵의 안쪽에는 종이가 물에 젖지 않게 하기 위해 폴리에틸... 뭐시기라는 화학적 코팅 물질이 발라진다. 뜨거운 물..

opinion 2010.09.17

사람 잡는 시간표

2009년 개정교육과정에다 수능개편안까지 (국)영수 몰입교육으로 가차없이 내달리는 가카의 교육정책. 2011학년도 임용시험 공고를 앞두고 임고생들은 이미 정신적 공황상태. 상황이 워낙 막장이라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그런가. 서로 헐뜯고 난리다. 좌우를 막론하고 미래학자들이 통합과 통섭을 미래의 핵심 가치라고 설파하고 있는 마당에 가카의 한국은 거침없이 후진한다. 이 정도면 학부모들과 교사들부터 들고 일어나야 할텐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학생들은 어떨까? 프랑스나 독일처럼 거리로 나설 .........................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고. 정말 답 안나온다. 이 정도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 중에 아이들에게 이토록 가혹한 나라가 또 있을까? 이따위 ..

opinion 2010.09.16

여름을 보내며

겁나게 무더웠던 지난 여름을 돌이켜보니 드는 생각. 에어컨의 편의성을 누리며 여름을 버티긴 했지만, 에어컨에 감사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반면에, 구워 삶을 듯 내리쬐는 태양열을 가려주는 나무 그늘에, 땀에 흠뻑 젖은 내 몸에 불어오는 숲의 바람에 감사하고 고맙다는 생각은 종종 했던 것 같다. 습기와 더위를 순식간에 날려주는 에어컨 바람에 마냥 기분 좋았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있어도 여전히 무덥고, 숲 속에서 바람이 불어도 온몸의 끈적거림은 떨어지지 않지만 기분 만큼은 좋았다. 입을 틀어막아도 '아, 좋다'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조건 없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아낌없이 주는 것들로부터 느낄 수 있는 행복감. 그런 것이지 않을까. 집에 오는 길 선선한 밤바람에 감사하며 오는 ..

diary 2010.09.15

푸어

하우스푸어 문제에 대한 대중(그러니까 '하우스푸어'는 아니고 우석훈이 표현한 '그냥 푸어'인 사람들?)의 생각은 대충 이런 것 같다. 니들이 저지른 탐욕의 대가이니 고통의 책임도 니들 것이라는. 타당한 말이다. 시장경제에서 모든 경제활동은 자기책임 하에 자유롭게 결정하는 것이므로. 집값이 올라 생긴 불로소득은 개인이 챙기면서 집값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정부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건 부당하다. 그렇다고 '그래 한번 죽어봐라'는 식으로 하는 건 그냥 나같은 필부들의 감정인 거고. 정부가 그래선 곤란하다. 어찌되었든 고통받는 인민을 위해 '행정'을 수행하라고 인민들이 만들어준 것이 정부라는 거니까. 정부가 하우스푸어의 자산손실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만. 최소한 고통을 덜 수 있도록, 전문용어로 연착륙할..

opinion 2010.09.12

EBS 수능강사 어록(?)

EBS 수능강의를 듣다보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고 할 어록(?)들이 있어 몇가지 정리해둔다. 얼마전에 '군대비하' 발언으로 EBS 강사 쫑 나고, 네티즌한테 흠씬 두들겨 맞은 여교사가 있었다. 나로서는 도대체 그렇게 커다란 문제였는지 알 수 없지만 뭐 그런 일이 있었다. 내 생각엔 오히려 아래 발언들이 더 문제가 아닌가 한다. 강의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교수능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육적인 의미가 있을 때 그렇다. 교사는 교육자이지, 개그맨은 아니잖아. 1. 한정치산자와 금치산자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수차례 '맛이 갔어', '맛이 간 사람'이라고 함. 두말 할 것 없이,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비하하는 발언. 개념을 쉽게 설명하려는 의도이겠으나,..

opinion 2010.09.10

추억이란

불꽃놀이는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보고 있어. 내가 불꽃놀이를 보고 있는 지금, 어디선가 옛날 친구가 같은 걸 보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생각하면 즐겁지 않아? 그럴 때 그 친구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추억이란 건 아무렇지도 않게 떠오르는거야. 내가 떠올리고 있을 때 상대방도 그럴 거라고. - 영화 중에서 추억이란 건 아무렇지도 않게 떠오르기도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잊혀지기도 한다.

movie 2010.09.08

운동가

아직은 이른 말인지 모르겠지만. 시원해지긴 했다. 한낮에는 여전히 염천(炎天)이긴 하다만, 아침과 밤의 공기는 사뭇 시원하다 할만 하다. 한여름의 그것에 비하면. 아무렴. 모두에게 힘든 여름이긴 했다. 폭염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었고. 하늘이시여, 밖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은 어쩌라고! 우리 엄마조차 '기후변화'를 거론하며 '오메 오메 뭔 놈의 날씨가 이런다냐' 했으니까 뭐. 엄마한테 '기후변화'란 말을 들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ㅋ 우리 세대는 그렇다 치고,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자동차와 에어컨 사용을 좀 줄이는 최소한의 행동을 해야 할텐데. 해를 거듭할수록 집집마다 에어컨 없인 살 수가 없는 여름이 될 것이고. 자동차는 여전히 늘어날 것이고. 에어컨은커녕 최소한의 주거복지도 제공받지 못하는 서울의 ..

opinion 2010.09.06

현금카드 한장

방에서 안경을 벅벅 닦고 있었다. 아빠가 부른다. 귀찮다는 듯 안경을 닦으면서 '왜요?'하고 갔다. 아빠는 현금카드 하나를 나에게 내밀었다. 그걸 보자마자 '아따 됬당게요' 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얼마 전에도 한번 그랬던 적이 있다. 엄마가 없을 때 아빠는 나에게 현금카드를 내밀었다. -돈 필요할 때 꺼내 써라. 비밀번호는 알지잉? 아빠 차 번호. -돈 필요 없는디. -그래도 먹고 싶은 거 있으믄 사 먹어야제. 교통비도 하고. -아따 내가 돈 쓸 일이 뭐가 있당가. 필요 없어라우. -아따 그래도 그게 그것이 아니제. 안 써도 됭게 그냥 갖고 있어라. -됐어라. 그렇게 나는 퉁명스럽게 거절하고 아빠를 피해버렸던 적이 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엄마가 없을 때 아빠는 다시 현금카드를 내밀고 있다. -아따.....

diary 2010.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