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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나이'라는 걸 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에고 벌써 나이가 이 만큼'이라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늙어야 할까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종종 몇몇 인물들을 상정해놓고 나름 롤모델을 정해보는 짓을 한다. 나도 저렇게 늙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인물들 중 으뜸은 홍세화 선생이다. 홍세화 선생의 글과 말과 실천, 그리고 외모와 패션까지. 홍세화 선생은 긴 코트가 참 잘 어울린다. 와 나도 저렇게 나이 들었으면 좋겠다. 홍세화 선생을 보면 사람이 나이 들어서 멋있어지는 것은 좋은 옷이나 재력, 권위 따위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어떤 생각을 하고 그것을 어떻게 삶 속에서 행동하는가에 달린 일인 것 같다. 홍세화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건 대학 1학년 때 그의 ..

diary 2010.08.14

주장

1. 현실이 시궁창일수록 당연하고 상식적인 주장은 비현실적이고 급진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2. 체벌과 성매매를 금지하는 일이 찬반논쟁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슬픈 현실이다. 금지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금지는 당연한 일이고, 그 후의 대책을 가지고 논쟁할 일이다. 이제 진도 좀 빼자구. 3. 살면서 진실이 진실로써 드러날 때 상황이 더 나빠지는 때가 있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지만, 진실보다 거짓이 필요할 때가 오는 법이다. 애석하게도 늙을수록 그런 때가 늘어나고 거부감은 줄어들며, 능숙해진다. 적어도 사적 삶의 영역에서는 그렇다.

opinion 2010.08.11

악순환

'믿을 건 돈 밖에 없다'는 이념은 꼭 돈의 힘이 막강하다거나 돈이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돈에 대한 물신화된 이념은 돈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이 팍팍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 삶이 그닥 들뜨지 않고, 편안하지도 않고, 느긋하지 않으며,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에는 신경을 곤두세우면서도 정작 타인의 고통에는 연대하지 않게 되면서 믿을 건 돈 뿐인 재미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다시, '믿을 건 돈 밖에 없다'는 이념은 우리 삶을 팍팍하게 만들고, 타인과의 연대는 '손해'라는 차가운 계산을 하게 만든다. 악순환이다. 아무리 일해도 행복은 멀어지는 더러운 악순환.

opinion 2010.08.10

방학

지난 몇년 동안 방학 때면 나오는 단골 언론보도 중 하나가 밥 굶는 아이들에 대한 것이었다. 학기 중에는 급식지원을 받지만, 방학이 되면 그마저도 끊긴다고 지적하는 보도들. 근데 올 여름방학 때에는 다른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초딩'도 계급사회…우주비행 체험 vs PC방 '메뚜기' 맞벌이를 해야 하는 가난한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는 '재미없는' 공부방이나 PC방을 전전한다. 부자 부모를 둔 아이는 해외연수를 다녀오고 영어, 수학, 피아노, 논술, 수영 등 사교육마저 전인교육(?)을 받는다. 이런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경쟁력 있는 스펙을 소유하게 되고, 외고나 과학고, 자립형사립고 따위에 진학할 것이며 결국 최상위 서열의 대학을 졸업해서 돈과 권력의 노른자위를 어렵지 않게 차지할 것이다. 그렇게..

opinion 2010.08.07

록페

럴 수 럴 수 이럴 수가.... 이번 지산밸리 록페에 코린 배일리 래가 왔다. 제기랄. 다이안 버치도 와서 공연했다. 록페에서 소울과 가스펠 류의 음악까지 들을 수 있었다니. 지산밸리 록페, 쫌 하는군. ㅋ 매시브 어택이나 뮤즈, 펫 샵 보이즈 같은 헤드라이너에 혼을 빼앗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다양한 장르를 한큐에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좋은 록페다. 늦게나마 공연 후기 따위 찾아 읽으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죽기 전에 록페 한번 못 가겠냐 하면서 담배에 손이 가는... 쩝. 그나저나 한국 밴드가 헤드라이너급으로 무대에 서는 그런 날이 오기는 올까? 갤럭시 익스프레스나 코코어 같은 밴드가 뮤즈와 함께 헤드라이너로 소개되는 그런 날.

music 2010.08.04

토박이

이재오의 귀환. 2012년 대선 때 박근혜와 한판 붙을지도 모르는 격전의 서막이 오른건가.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한나라당은 누굴 선택할까. 이재오의 승리에 5백원 건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런 것이고. 이재오 당선에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은평 40년 토박이', 요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장상이나 천호선이나 이상규나 그냥 날아든 사람들 아니냐. 금민도 마찬가지고. 은평 주민들에게는 MB심판이고 정책이고 뭐고 간에 '넌 뭐냐' 싶은 그런 느낌이 가장 먼저였지 않을까. 진보정당이 동네에 뿌리를 내리고 민심을 얻는 인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건 좀 심각한 문제다. 진보, 좌파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중앙보다는 지역, 집중보다는 자치 같은 걸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

opinion 2010.07.30

옷걸이로 만든 넷북 받침대

팬리스 넷북 최대의 적은 역시 발열이다. 내가 쓰고 있는 넷북은 팬리스에다가 SSD를 장착해 완전무소음을 실현한 DELL mini 9. 딱 필요한 것만 딱 알맞은 성능으로 구현해내는 나의 귀염둥이. 웹서핑을 할 땐 발열을 별로 못 느끼는데, 동영상을 좀 돌리면 제법 따뜻해진다. 발열 때문에 퍼포먼스가 느려진다거 하는 일은 없지만, 이쁜 놈이라 오래오래 고장없이 쓰고 싶다. 팬을 돌리는 건 완전무소음을 무색케 하므로 고려 대상이 될 수 없고. 공중부양 시켜주기로 했다. 동영상 볼 때 간혹 넷북 바닥과 책상 사이에 볼펜 따위를 끼워넣어서 미약하나마 발열에 도움을 주기도 했는데, 이번에 확실하고 폼 나게 공중부양 시켜주기로 맘 먹었다. 준비물은 세탁소 옷걸이 1개와 펜치(라 쓰고 뻰찌라 읽는다) 1개. 모양을..

diary 2010.07.28

국가와 징병제를 까야지

군대 문제로 남자와 여자가 패를 갈라서 싸우게 되면, 국가만 좋은 일이다. 게다가 이런 식의 프레임은 문제해결은커녕 감정싸움만 영원히 반복하게 할 뿐이다. 군대 갔다온 남자들의 피해의식은 당연한 거다. 그 피해의식을 툭 건드리면 분노하는 심정도 이해 못할 거 없다. 하지만 군필자들의 피해의식을 건드린 개인에게 분노를 터뜨려봤자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다. 오히려 철없는 개인이 튀어나올 때마다 군필자들의 분노는 재생산되고, 무지막지한 폭력으로 만만한 개인을 짓밟아놔야 잠잠해지는 식으로 되풀이 될 뿐이다. 남자를 군대로 끌고 간 국가는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을 것이고. 군필자들이 분노하고 까대야 할 것은 'EBS 강사'가 아니라 국가와 징병제다. 한 개인에게 화를 내는 식으로는, 징병제를 더욱 견고하게 유지시..

opinion 2010.07.27

동구청의 회신

'너릿재 옛길 멧돼지' 관련하여 올린 민원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답변을 받았다. 동구청 소관이 아니었군. 너릿재도 무등산공원관리사업소 소관이라구. 어쨌거나 관리사업소에서 하루빨리 조치를 취해주길. 안녕하세요! 먼저 귀하의 제보에 감사를 드립니다. 무등산 옛길 구간 야생동물 침몰 표지판 설치 관련은 광주시청 무등산공원관리사업소에 해당하는 업무로 귀하의 제보내용을 담당부서에 이첩후 해당 장소에 표지판을 설치토록 건의하겠습니다. 더운 날씨지만...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담당자 : 동구청, 총무과 ***(☎608-****)

diary 2010.07.23

너릿재에서 만난 멧돼지 새끼들

늦은 밤 X와 너릿재 옛길로 드라이브를 갔다. 자전거 타고 오를 때에는 '숨 차 죽겠는데 매연까지 들이마셔야 하냐' 하면서 자동차 타고 오는 사람들을 무척 싫어했는데. 평일 늦은 밤이라 사람이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하고 갔다.고 변명해본다. 난 가끔 뻔뻔하니까. ㅋ 올라가던 중에 놀랍게도 멧돼지 새끼 4마리와 조우했다. 전조등 불빛에 뭔 물체들이 비치길래 '뭐야 저거' 했는데, 보니깐 멧돼지 새끼들이 길 위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놀라서 바로 산으로 도망갈 줄 알았는데, 자동차 불빛에 엄청 겁 먹었는지 길 위에서 우왕좌왕 한다. 보는 우리는 신기하고 놀랍고 귀엽고 막 그랬는데(그래서 사진까지 찍었다능), 녀석들은 또 얼마나 쫄았을까 하고 뒤늦게 미안스럽긴 하다. 우리는 끝까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새끼들..

diary 2010.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