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50

나이

2007년 7월 3일 저녁식사를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출사 카페에 들어갔다. 7시30분 번개모임 글이 있다. 오늘 중요한 몇 가지 업무도 끝냈겠다 수고한 기념으로 한 바리 뛰어줘야겠다 싶어서 나갔다. 17명이 모여서 너릿재 다녀왔다. 라이딩 끝나고 수일통닭에서 시원한 맥주로 뒷풀이까지 즐겼다.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닉네임과 실명, 그리고 나이를 말한다. 이른바 자기소개의 양식이 그러했다. 그런데 이름은 그렇다 치고 왜 나이가 마치 필수요소처럼 들어갔을까. 나이가 밝혀지는 순간 '뿅뿅뿅'님 하던 사이가 형님, 동생, 누나, 오빠, 언니 이렇게 질서가 잡힌다. 다들 그러한 질서가 편하고 좋은 것이라고 한다.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나는 그냥 '땡땡땡'님 하면서 존대하는 것이 더 편하던데. ..

diary 2010.02.21

기억되어야 할 것

2007년 2월 9일 우리가 알기로 해바라기는 해를 좇아 움직인다. 그러나 실제 움직이는 것은 해바라기 '꽃잎'이 아니다. 해바라기의 성장을 담당하는 줄기와 잎의 끝부분만 해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해를 좇아 움직이는 줄기 때문에 해바라기 꽃잎이 해를 향해 있는 것일 뿐이다. 왜 우리는 꽃에 대하여 꽃잎만을 이야기하고 기억하는 것일까? 정작 꽃잎을 키우는 것은 줄기와 잎, 뿌리가 아니던가. 줄기와 잎, 뿌리가 전부라거나 더 중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함의 그늘에 가려 이야기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야기되지 않는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진정 가치있는 것들이 이야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diary 2010.02.21

기억

2007년 1월 2일 자꾸 상기하지 않으면 잊는다. 쉽게 잊혀지지 않아야 할 것들을 위하여. 기어이 마주 보고, 술잔 부딪힌다고 다 되는 거 아니다. 내 앞에 없어도 된다. 그대 마음 그대로. 그대가 간직한다면, 그걸로 된다. 그대 마음, 그대가 가장 잘 알듯이, 내가 그 마음 안다면 되는 거다. 걱정이다. 내가 아는 그 마음, 내가 잘못 알고 있으면 어쩌나. 괜찮다. 나의 잘못조차 그대는 너그럽게 받아주겠지. 나의 배려보다는 그대의 너그러움으로 우리가 좀더 대면하기를. 그래서 나는 기억한다.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자꾸 우리 기쁜 날들을 추억한다. 우리 잊혀질 날을 하루라도 늦출 수 있다면, 기억해야 한다.

diary 2010.02.21

잡탕

2006년 12월 28일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이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최백호의 중에서 그래도 남겨진 낭만은 애틋하지만, 어찌할 도리 없이 남겨져야 하는 것들은 앙상하고 스산할 뿐이다. '어리석음, 어리석음, 어리석음, 소심함, 소심함, 소심함이 뒤섞인 잡탕' 새해에 대한 설계는커녕, 묵은 해를 돌아보고 성찰하지도 못하는. 하지만 세상에 우스운 청춘은 없다.

diary 2010.02.21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2004년 10월 8일 늘 그럴 모양새다. 잘 살고자 하는 마음자세는 별 다를 바가 없으니. 그러나 자세를 따르고자 하는 의지는 늘 쉽지 않은 것임을. 기쁠 때 자세를 평상심으로 이끌 수 있는 의지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은. 마음이 마음 가는대로 사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작 어려운 것은 마음이 마음 가는대로. 그 마음의 정체를 아는 것. 내 움직임이 가는 그 마음의 방향. 그 지향. 그 가치. 그것을 아는 것. 그게 정작 어려운, 궁극적인, 본질적인 그것이다. 술기운에 빌린 맹렬한 용기는 생활에서 일상으로 범하는 비겁함보다 미천하다. 부끄러움의 끝은 멀지 않았다. 다만, 그 끝을 아는 것, 그 끝의 힘듦을 아는 것. 오로지 그것만이 부끄러움을 면하..

diary 2010.02.21

말하지 못하는

김광석은 노래했다. "말하지 못하는 내 사랑은 음~ 어디 쯤 있을까" '소리없이 내 맘 전해볼까' 했지만, 마음이 소리 없이 전해지기가 갈수록 어렵다. 소리가 없으니, 마음도 없다는 게 요즘 대세가 아닌가. 내 마음 고요히 그대에게 닿았으면. 소리 내지 않았어도 그대 마음에 들렸으면. 마음이 마음으로 통한다면, 그대 내 마음의 벗이 되리니. 술한잔이 대수랴. 나는 그대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으면 한다.

diary 2010.02.21

용기

2006년 10월 28일 현실보다는 용기가 앞섰던 시절에, 과거 행위의 정당성으로 미래의 나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바빴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뿐, 미래는커녕 현재의 입장을 뒷받침하기에도 벅차다. 술은 과거를 불러오기 십상이고, 미래의 설계에는 늘 도움되지 못한다. 대가를 지불하기 벅찬 행동은 그 과잉만큼 상처를 남기기 마련이고, 남겨진 상처는 늘 아무도 모르게 아물어야만 한다. 상처를 남에게 들키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과잉 용기를 위장하거나, 용기 있는 행동에 대해서 냉소하는 것이다.라고 믿는다. 나는 주로 '용기'를 냉소하는 편이다. 물론 이것은 위장된 비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diary 2010.02.21

나의 글 나의 존재

2년 만에 A형을 만났다. 1년 정도 된 줄 알았는데, 시간 참...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A형이 대뜸 물었다. '이러쿵 저러쿵 하는 글 쓴 적 없냐?' 몇 달 전 일이라 A형의 기억은 가물가물. 여차저차 하여 내용을 추적해보니 작년에 딴지일보에 쓴 글을 두고 한 말이었다. '임고생'이라는 아이디로 쓴 글이다. 나를 특정할 만한 사적 정보는 전혀 없는 글인데, 읽고나니 왠지 내가 쓴 글 같더란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나 어쩐다나. 게다가 문장의 폼새가 딱 내가 쓴 글이었다고. 여하간 놀라운 일이다. 먼저 A형이 딴지일보를 읽는다는 사실이 놀랍다. 역시 세계유일 민족정론지 딴지일보로구나 했다. 그 다음으로 글만 보고도 나의 글임을 알아채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소름 끼친다. 하지..

diary 2010.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