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50

씨발, 15년 걸렸네

부모가 시키는대로(원하는대로), 학교가 지시하는대로 살아왔던 시기는 제외하고. 내 인생을 스스로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한 최초의 때로부터, '한번 뿐인 인생,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아야 행복하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리기까지 7년의 세월이 걸렸다. 다시 '하고 싶은 것을 행복하게 하고 살아야 행복하다'는 결론으로 수정되기까지는 7년이 걸렸다. 젠장, 이게 또 수정되었다. '하고 싶은 것을 행복하게 하고 살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대부분 안했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들을 묵묵히 감수하며 해내는 의지와 능력을 갖춰야 한다' 여기까지 다시 1년이 걸렸다. 빌어먹을! 고작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결론을 내려고 15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세월을 보내야 했단 말인가. 씨발! 내가 무슨 오대수냐, 15년이라니! 라고 한탄하면 ..

diary 2009.07.01

침전

너무 많은 말을 해버렸고, 너무 많은 말을 들어버렸다. 왜 입을 다물고, 귀를 막지 못했을까. 말은 기억된 것이 아니다. 칼로 새겨져 있다. 기억은 희미해지고 점차 잊혀지기도 한다. 새겨져 있는 것들은 어찌 할 도리가 없다. 이미 몸의 한 부분이니까. 모든 달아오른 것들은 이제 식어버리는 일만 남아 있다. 아, 어리석고 어리석은 마음이여!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나의 길'을 가지 못했다. 슬픔을 획득하는 것. 앓아야 할 과정이다. 이제 무엇이 더 옳은 것이냐 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애시당초 '올바른 삶'을 고민하며 고통스러워 할 필요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삶'이 아니라 '나의 길'이다. 진정 '나의 길'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올바른 삶'일테니까.

diary 2009.05.28

나에게 이런 때도 있었네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나의 글. 에 실려 있다. 어린 시절, 이런 때도 있었네 싶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나에게 그런 용기와 열정이 있었나. 캐리어 직원에게 바람맞은 시민기자 작성자 : 조원종 2001-05-02 00:00:00 조회: 177 나는 약속 안 지키는 사람을 굉장히 싫어한다. 오늘(4월30일) 난 바람맞았다. 무슨 일로? 어제였다. 메마른 땅을 촉촉히 적시는 단비가 내리는 29일 오후 4시 25분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누구? 글쎄다. 안타깝지만 그건 나도 모른다.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사람은 내가 다니는 학교와 학과, 이름, 핸드폰 번호까지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캐리어 직원'이라는 것뿐..

diary 2009.05.15

-6kg

사고 이후, 거의 석달 사이에 몸무게 6kg이 줄었다. 젠장. '밥 먹으려고 태어났냐'는 비아냥에도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먹고, 자전거를 즐겨타면서 일정한 체격과 체력을 유지해왔는데. 사고 나고 왕성한 신체활동을 거의 하지 못한데다가, 나름대로 심각한 마음앓이를 겪고 나니까 몸무게 6kg이 공중분해되어버렸다. 설상가상, 스트레스는 고운(?) 이마에 피부 트러블을 상처처럼 남겨놓았다. 다친 어깨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눈물나는 물리치료와 자가운동으로 이제는 팔을 들어 귀에 붙일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몸이 나아지면 마음도 조금이나마 회복되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diary 2008.11.28

분열

삶이 비루하다는 것과 경제적으로 빈곤하다는 것은 결코 같은 말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적 빈곤이 삶을 비루하게 만들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다. 어쨌거나, 참기 힘든 삶의 비루함이라는 건 대체로 이런 거다. 마음과 생활이 어긋나는 것, 가치관과 삶의 민망한 괴리. 신념과 실존의 분리. 끊임없는 분열들이 쌓아올린 것이 삶의 진짜 모습은 아닐까. 도서관에서 책을 들여다보고 알아야 할(시험에 필요한?) 개념들을 정리하다보면 나름 성취감도 있고, 잡념도 잊는다. 하지만 책을 벗어나는 순간, 삶의 비루함이 심장 속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온다. 앉으나 서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나는 늘 분열한다.

diary 2008.09.10

<국민과의 대화>, 최고의 질문

오는 9일 KBS 1TV에서 2MB를 데려다가 '국민과의 대화' 생방송 한단다. 사장 바꾸더니 첫 작품(?)인가? 네티즌 질문 게시판 들어가봤더니 역시나 최악의 대통령, 좋은 소리 못 듣고 있다. ㅋㅋ 근데 제목만 보이고 내용은 클릭할 수도 없게 되어 있다. 별로 기대도 안한다만. 최고의 질문은 바로 이거다. "새우깡에 왜 들어갔다왔나요?" 보는 순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서울에 사는 윤진수씨, 멋집니다. ㅋㅋㅋ 생방송할 때 실제로 이 질문하면 대박일텐데...ㅎㅎㅎㅎ

diary 2008.09.02

쑈를 했으면 뒷처리는 하고 가야지!

오늘 아침 계단으로 열람실에 올라가던 중, 아래 쪽에 웬 종이컵들이 왕창 버려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건 또 뭔가 싶어서 다시 계단을 내려와서 바깥으로 나가보았다. 어젯밤 이 곳에서도 촛불집회가? 아니다. 한눈에 알아챘다. 누군가 프로포즈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촛불로 통로를 만들고 그 끝에는 하트모양으로 촛불을 밝혀놓고 그 안에서 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 그런 거 말이다. 아마도 초딩 아니면 중딩 아니면 고딩들이었겠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나이와도 성별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저런 이벤트도 보기엔 유치해도 당사자들이 좋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했으면 마무리는 깔끔하게 하고 가야지. 종이컵 한 두개도 아니고 저걸 다 누가 치우라고... 혹시 상대방이 거절했기 때문에 열 받..

diary 2008.08.28

DSLR에 동영상 촬영이 웬말이냐!

니콘 D90, 이거 정말 물건이다. 니콘이 회심의 역작을 내놓은 것 같다. DSLR에 동영상촬영 기능이 웬말이냐! 광각, 망원 등 렌즈 바꿔가면서 동영상 찍을 수 있다는 점은 별로 놀랍지도 않다. 진짜 쇼킹한 것은 동영상 촬영에 심도조절이 가능해졌다는 거다. 망원 단렌즈 달고 배경을 확 뭉게버리는 동영상을 상상해보라. 상상할 것도 없다. 직접 감상해보시라. http://chsvimg.nikon.com/products/imaging/lineup/d90/en/d-movie/ 위 링크로 접속해서 페이지 맨 아래에 있는 샘플무비 중에 배경을 포커스아웃 해버린 동영상이 있다. 어안렌즈 달고 찍은 동영상도 볼만 하다.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D90은 보급기라는 사실이다. 보급기에 방진방습이나 CCD먼지떨이, 라이브..

diary 2008.08.28

나 어떡해

점점 미쳐가는 것 같다. 자꾸 헛것이 보인다. 공부하다가 서원에 관한 설명 중 "사림의 권익을 확대 유지하려는~" 구절을 이렇게 읽었다. "사람의 권익을 확대 유지하려는~" 을 공부하다가 '내담자'를 '내남자'로 읽었다. 에서는 '문항난이도'를 '항문난이도'로. 을 공부하다가 '넬슨과 마이클리스'라는 학자들의 이름은 이렇게 읽었다. "넬슨과 만델라" 나 어떡해?

diary 2008.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