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39

경쟁

인간은 동물이다. 인류의 생존경쟁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잔혹하다. 왜냐하면 인류는 계획을 세워서, 의식적으로, 목적을 갖고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기의 저급한 욕망을 아름다운 껍질로 덮는 기술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문제에 대한 연구는 사절이다. 위험하니까! -다이 호우잉의 중에서-김종철 선생은 "물질적 권력의 확대를 위한 모든 경쟁은 인간과 자연과 세계의 황폐화를 가져오는 데 기여할 뿐"이라고 단언했다. 소위 진보라고 포지셔닝하는 사람들조차 경쟁의 '긍정적 기능'에 대해서는 별로 문제삼지 않는다는 점에 비추어 꽤나 고지식(?)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하게 올바른 주장인 것은 사실이다. 경쟁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도 많다. ..

opinion 2008.08.07

<자본론>을 읽지 않는 자본주의 사회

서울대에서 20년만에 마르크스경제학 과목이 폐강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김수행 교수의 정년퇴임으로 서울대에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 교수가 완전히 사라지더니 급기야 폐강까지 된 것이다. 전국 수백 개 대학 중에 서울대 하나의 사례만 가지고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그래도 '서울대'라는 게 한국 사회에서 워낙 의미하는 바가 남다르니까. 호기심에 전남대 경제학부의 교과과정을 훑어봤는데, 이채언 교수의 '국제정치경제학'은 아직 살아남아(?) 있다. 학부 3학년 때던가, 수강한 적이 있다.(학점은 A+! ㅋㅋ) 정통 마르크스 경제학을 배울 수 있는 과목은 아니다. 서울대의 '정치경제학 입문'이나 '마르크스 경제학 연구' 처럼 마르크스 경제학만을 배울 수 있는 과목은 전남대에 없었던 셈이다.(과거에 있었는지 확인할 ..

opinion 2008.07.28

가족적 삶

"가족적 삶을 기대할 수 없는 가족보다는 가족 아닌 사람들끼리 구성하는 가족적 삶이 훨씬 더 가족적이다." 오늘 도서관에서 사회학 개론 중 '가족' 파트 공부하다가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노트에 적어 보았다. 적어 놓고 보니 멋진 것 같은데. 아닌가? 어쨌거나 저쨌거나 '가족' 자체보다는 '가족적 삶'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임용시험에는 이런 거 절대 안 나온다는 거지.

opinion 2008.07.23

독도가 비정규직보다 더 중요한가?

난 독도에 관심 없다. 잊을만 하면 한번씩 지랄해주는 일본이나 무능하고 멍청한 한국의 정부나 짜증스럽긴 하다. 그래도 일본발 독도문제가 불거지기만 하면 사회 전체가 혼연일체가 되어 격한 분노를 터뜨리는 것도 보기 좋은 풍경은 아니다. 이건 뭐 독도문제만 나오면 좌파나 우파나, 진보나 보수나, 서울이나 지방이나, 강남이나 강북이나, 남성이나 여성이나, 한나라당이나 민주노동당이나 비슷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민족적 문제이니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민족문제는 간혹 계급문제를 은폐하기도 한다) 하지만 심하다. 독도문제가 비정규직 문제보다 더 중요하고 심각한 것일까? 당연히 독도문제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독도문제 하나로 전 사회가 들썩거리는데,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비정규직 문제에는 ..

opinion 2008.07.22

나이값

나이 같은 거 별로 개의치 않고 사는 편이다. 누군가 나의 나이와 현재 나의 처지를 연결시키려고 하는 거 안 좋아 한다. 당연히 나도 남의 나이를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떠들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이 자체에 관심이 없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상대방의 나이를 묻지도 않는다. 무슨 무슨 적령기라는 거 정말 따분하다. '적령기'라는 것은 당신들, 또는 이 사회가 정한 것이지, 내가 정한 것은 아니다. 내 인생의 적령기를 왜 그들이 신경쓰는지 모를 일이다. 너무 심한 배려는 사양한다. 그냥 하고 싶을 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적령기'에 끼워맞춰 사는 거 재미 없다. 결혼을 예로 들면, '적령기'에 때 맞춰 결혼한 사람이 마흔 넘어 결혼한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당연히 후자가 전자..

opinion 2008.07.20

시민방송녀

경찰의 '방송녀'에 맞선 '시민방송녀'의 목소리. 방금 전 칼라TV 생중계를 보다가 대책위가 틀어주는 걸 들었다. 아고라에 곧 올라오겠군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이미 여기저기 퍼날라지고 있었다. 좀 길긴 한데, 낄낄 웃음을 멈출 수 없다. 추악한 폭력에 맞서는 유쾌한 상상력의 진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사람들. 멋지다.

opinion 2008.06.30

실업계 학생이기 때문인가요?

6월 18일자 게재 실업계 학생이기 때문인가요? 여학생들이 ‘생활지도’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교사들의 폭력에 맞서고 있다. 송원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런 학생인권 침해 사건은 종종 언론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송원여상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씁쓸한 느낌이 떨쳐지지 않는다. 특히 교복 치마의 길이를 지도하는 방식이 창의적(?)이시다. 치마를 들추고 허벅지에 손을 댄단다. 상식으로는 상상조차 힘든 경지이다. 보도된 내용만으로도 기가 차다. 짐작컨대 실제로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더 심각할 것이다. 참다못한 전교생이 수업거부라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물론 과장되거나 거짓된 내용이 일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다. 교사들의 폭력적인 생활지도와 모욕적인 언행에 맞서 학생들이 저..

opinion 2008.06.18

6·10 촛불집회

6월 10일 촛불집회. 주최측 추산 5만여명이 모였다. 아마도 21세기 들어 가장 많은 시민이 금남로에 모인 것 같다. 그런데 예전의 '중앙집권적' 집회문화가 부활(?)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시민들은 무대를 향해 질서정연하게 앉아야 했고, 준비된 공연의 '관객'이 되어야 했다. 무대 위의 마이크가 흡수한 음성이 대형 스피커를 통해 금남로를 장악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귀청을 때렸다. 옆 사람과 대화 나누기도 힘들 지경. 물론 자유발언도 있었다. 하지만 초기의 발랄함과 재치를 찾아보긴 힘들었다. 특히 미국인 조지 카치아피카스 교수의 자유발언은 생뚱맞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신자유주의가 어쩌고, 미국의 거대 자본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 틀린 말은 아니지만, 금남로에 모인 시민들의 귀에 쏙 들어오..

opinion 2008.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