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39

초유의 대통령

전국적으로 촛불문화제가 크게 열렸다. 광주에서는 광주역에서부터 촛불행진을 벌인 후, 금남로를 차지하고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오늘도 광주에서는 진압경찰 없이 교통통제하는 의경들만 배치되었다. 진보신당 칼라TV의 생중계를 보니까, 서울에서는 이 시각까지 곳곳에서 경찰과 시민들의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밀려드는 인민들에게 경찰은 물대포를 쏜다. 대통령 잘못 뽑은 죄의 대가가 크다. 2MB는 정녕 인민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영어가 아닌 한국말이라서 못 알아듣는 건가?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욕 얻어먹는 초유의 대통령, 처량하다 처량해. 오늘 찍은 사진 중 3컷을 엄선해서 사진블로그 photo21에 올렸다.

opinion 2008.06.01

근본적인 관점

[김규항 칼럼] 우리 안의 대운하 격동의 시기에 김규항이 입을 열었다. 한동안 그의 사회적 발언을 접할 수 없었는데, 모처럼 반가운 일이다. 작정하고 쓴 듯(하긴 그렇지 않은 글이 어디 있겠냐만은) 평소 그의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다. 나는 김규항의 단호한 입장을 좋아한다. 김규항은 외부에 대한 단호함을 자신의 삶에도 똑같이 또는 더 엄하게 적용한다. 그의 단호한 입장에는 늘 쉽게 부정할 수 없는 근본적 성찰이 토대를 이루고 있다. 대개 사람들은 근본적인 관점에 대하여 '그런 관점도 가능하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심지어 '현실을 무시하는 소리'라며 손가락질 하기도 한다. 미안한 말이지만, 근본적인 관점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우 정확하게 현실을 꿰뚫고 있는 것이다. 근..

opinion 2008.05.28

윤리

"실제로 자동차라는 물체는 대상에 대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실감을 상당히 빼앗아버린다. 자동차의 외피를 이루고 있는 얼마간의 고철덩어리와 바퀴라는 매개물은 대상과의 접촉을 가로막고 둔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동차가 달리는 동안 창 밖의 공간은 살해되고, 그 공간 속에서 살해되는 존재들에 대해서 자기도 모르게 무심해진다. 맨발로는 차마 밟고 지나갈 수 없는 생명체의 주검을 바퀴로는 얼마든지, 아무 감각 없이, 뭉개고 갈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 실물감의 둔화나 마비가 곧 윤리적인 감각의 둔화로 이어진다는 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일단 운전대를 잡고 도로에 나서면 프로그래밍된 기계 속에 앉아 있는 것처럼 누구도 그 무의식적인 살해의 속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2008년 5-6월호 통..

opinion 2008.05.22

미친 경찰, 미친 교사

촛불집회를 신고한 고등학생을 경찰이 학교까지 찾아가 '배후조사'를 했다. 전주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경찰의 요구에 교사가 수업중인 교실로 들어가서 해당 학생의 귀를 잡고 끌어내 경찰에게 넘겨줬다는 점이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교사일 수 있을까. 귀를 잡고 교사의 자리에서 끌어내야 한다. 죄를 지은 제자라도 일단 보호해줘야 하는 것이 교사 아닌가. 하물며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집회 신고를 한 제자를 경찰한테 넘겨주다니! 그것도 수업 시간에. 기사가 나가고 파장이 커지자 경찰과 학교측은 수업시간이 아니라 쉬는 시간이었다고 해명했다. 몇 시간 뒤 거짓말로 들통났다. 학교 측에서 해당 학생에게 '사실대로 말하면 선생님들이 다치니까 쉬는 시간이었다고 말하라'고 했단다. 아! 스승의 ..

opinion 2008.05.15

어떤 '소녀시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 2008년 5월 10일 금남로. 운동권이 사라진(물론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무대차량과 음향시설 준비 같은 실무만 맡고, 진행과 내용은 시민들이 알아서 하는) 집회문화는 신선하다. 운동권 명망가나 '어른'들의 격렬하지만 지루한 연설이 없다. 대신 학생과 시민들이 발언을 위해 줄을 선다. 세련되고 선동적인 연설은 아니다. 무대로 올라온 학생들은 알아듣지도 못할 발음으로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댄다. 하지만 웃음과 환호는 가득하다. 말과 몸짓에 자유로움이 넘친다. 당당함과 진정성의 힘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에 개사한 랩이 금남로의 흥을 돋운다. 자유발언에 나선 이들의 태반이 학생들이다. 특히 여학생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최루탄과 돌멩이가 난무해야 했던 시..

opinion 2008.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