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39

300

이랜드&뉴코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오늘로 300일째다. 내가 그들과 연대한 것은 거의 없다. 관련 기사를 읽고, 잠시 안타까워 하고 그러고 만다. 지지하지만 연대하지 않은(또는 못한?) 어정쩡함. 대중의 무감각과 무관심은 흔히 약자들의 더욱 격한 행동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함께 행동하지 못하더라도 관심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포스팅 하나로 자위하고, 빌어먹을 일상으로 돌아간다.

opinion 2008.04.17

증명의 시대

4월 16일자 게재. 올 것이 왔다. 전남대 도서관 출입구에 ‘스마트 카드’ 인식기가 설치되었다. 카드 하나로 도서관 출입, 열람실 좌석관리, 도서대출을 한방에 해결한단다. 오! ‘스마트’하다. 이제 전남대 도서관 출입도 관리되는 세상이 왔다. 지성인이라는 대학생들이 어쩌다 도서관 출입마저 관리(!)당하게 되었을까? 듣자하니 역시 자리다툼 때문이다. 대학 도서관이 취업준비생들로 넘쳐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재학생들이나 졸업생들이나 취업은 절체절명의 미션. 신입생 때부터 취업준비에 몰두하는 것이 88만원세대의 생존지침인 세상이다. 취업준비생들은 취업경쟁에서 뛰어들기 전에 먼저 도서관 좌석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날이 갈수록 수요량은 급증하는데 공급량은 제자리 걸음. 경쟁은 치열해진다. 재학생들..

opinion 2008.04.15

의문

메일 정리를 하다가 레포트를 하나 발견했다. 2006년 2학기 때 수강했던 라는 교직과목의 레포트다. 레포트의 주제는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운 것 중 내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나는 그것을 '의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러한 주제를 제시한 의도와는 꽤 어긋난 레포트다. ㅋㅋ 의문 학교로부터 내가 배운 건 팔할이 ‘의문’이다. 배움 자체가 의문스러운 적도 많았으니, 학교는 나에게 의문투성이였다. 내가 학교로부터 배운 건 의문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학교는 학생의 의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잘 먹고 잘 살려면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고 했지만, 학교는 좋은 대학에 가면 왜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하긴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은 아예 상상..

opinion 2008.03.03

진보신당 토론회

오는 3월 창당 예정인 '진보신당' 토론회에 다녀왔다. 나는 '평등파'도 아니고, '탈당파'도 아니다. 진보정당의 성장을 원하고, 나아가 집권하기를 바라는 인민 중 한 명이다. 내가 가입한 생애 첫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을 탈당한 뒤, 생각이 많다. 생각은 많지만, 구구절절 늘어놓고 싶지 않다. 솔직히 글로 정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고민은 계속할 것이다. 오늘 토론회에서 박구용 교수(전남대 철학과)의 토론문이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인 내용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철학이라는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철학하는 사람들이 좀더 활발하게 발언함으로써 논의와 성찰의 깊이를 좀더 깊게, 내용을 좀더 풍부하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상과 신념 이전에 진보정당의 자..

opinion 2008.02.28

지대추구자가 되어버린 진보세력

한국사회의 보수와 진보가 처한 현실을 명쾌하게 분석한 홍기빈의 글을 소개한다. 보수는 '보수적'이지 않다 보수는 '보수적'이지 않다 '지대추구자' 개념을 통해 보수세력은 보수가 아니고, 진보세력은 진보가 아니게 된 현실을 흥미롭게 꼬집고 있다. 내용에 있어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명박 정부가 '혁신가형 정부'가 될 것이라는 예측에는 수긍이 간다. 그리고 '지대추구자'가 되어버린 진보세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동의할만 하다. 요즘 시간 되는대로 여러 글을 읽으면서 나름의 논리를 정립하고 있다. 탈당계에 서명한지 일주일을 넘기고 있지만, 아직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마음은 기울었는데, 결심이 어렵다. 과연 탈당이 올바른 정치행위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opinion 2008.01.06

새해 화두는 이념대로 살아가기

대학시절 환경사회학이라는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다. 담당 교수 A는 내가 아는 사람 B와 아는 사이다. 그러다보니 A교수와 나도 아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날 B에게 반 우스개로 '환경사회학을 가르치는 사람이 왜 자가용을 타고 다녀?'라고 의문을 던졌다. 그 말이 A교수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다. 수업시간에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A교수는 학생들에게 그 말을 들려주며 '재미있는 학생'이라고 했단다. 뜬금없이 옛날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내 삶의 새해 화두로 삼을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평화교육학자 고병헌은 "가장 훌륭한 평화교육 방법은 자신이 실현하고픈 평화가 녹아난 삶을 학생 앞에서 살아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평화를 실현하는 방법은 그 평화대로 사는 것"이라는 명료한 지침도 있다..

opinion 2008.01.01

자원봉사만으로는 지구를 구할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아는 사람이 태안으로 자원봉사하러 간다며 지나가는 말처럼 저에게 동행을 권했습니다. 저는 대수롭지 않게 사양했습니다. 그 사람도 역시 대수롭지 않게 "맨날 환경, 환경 하더니만..."하고 넘어갔습니다. 그저 일상적인 대화 한토막에 불과했지만, 솔직히 부끄럽긴 했습니다. 태안에 기름 닦으러 자원봉사 가야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해봤습니다. 대신에 꺼림칙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국가 때문에 인민들이 스스로를 동원해서 노역하고 있다는 생각말입니다. 한국 사회에는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인민들을 동원하는 경험이 많습니다. 대부분 '자율적'이나 '자발적'이라는 수식어를 동반한 '봉사활동'으로 포장돼 있습니다. 하지만 명백히 동원일 뿐입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새마을 운동이 대표적일 ..

opinion 2007.12.27

이명박 대통령 시대 5년, 이것을 해보자!

이명박 대통령 시대 5년, 이것을 해보자! "돌아와요, '이념의 시대'!" *2007년 12월 25일 프레시안에 게재. 결과는 확정되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특검이 남아 있긴 하지만, 대선 결과를 뒤집어 놓을 것이라 보이진 않는다. 종교적인 기적을 바라지 않았다면, 대부분 예상했던 결과일 것이다. 그래도 이명박 후보가 거의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로 당선되었다는 현실이 눈앞에 벌어지자 충격을 받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이명박 후보를 반대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허탈과 좌절, 분노, 슬픔, 냉소와 같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있는 것 같다. 사실 그럴 만하다. BBK 주가조작 사건부터 자녀 위장취업, 위장전입 같은 온갖 의혹의 주인공이자 '특검의 피의자'인 후보가 우리의 주권을 위임받을 대통령이 되었다는..

opinion 2007.12.22

기후정의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1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15일 '발리 로드맵'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발리 로드맵'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갖도록 규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구체적인 조치들을 결정하기 위해 내년부터 다시 협상에 들어간다. 그래서 "말만 무성하고 실질적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많다. 그건 그렇고, 이번 총회 중에 열린 시민사회포럼의 주제가 '기후정의'(Climate Justice)로 선정됐다고 한다. 기후정의라는 개념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과 기후변화의 피해 사이에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문제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소위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누적배출량의 70%를 차지한다. 그런데 정작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제3세계 국가들에 훨씬 더 많다...

opinion 2007.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