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39

'함께 살자'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영웅적 투쟁'에도 불구하고(!) 참담한 패배로 마무리되었다. 며칠이 지난 지금,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딱 하나다. 그것은 하루에도 수십개의 최루액 폭탄을 퍼붓고 24시간 쉬지 않고 공장 주변을 선회하고 선무방송을 하면서 노동자들의 짧은 수면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고약한 경찰헬기도 아니고, 도장2공장 옥상에 투입된 경찰특공대가 노동자들을 개패듯이 폭행하는 깡패짓도 아니며, 물과 전기를 끊고 의료진의 출입마저 허가하지 않았던 경찰의 반인권적 짓거리도 아니다. '노사간의 문제다'라며 팔짱만 끼고 있는 '척' 했던 정부의 '수수방관'도 아니고, 정리해고 대상에서 제외된 사측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한 동료 노동자들에게 새총을 겨누는 마음 아픈 장면도 아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

opinion 2009.08.14

적당히 살자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안입고 안먹고 악착같이 돈 모으고 대출받아서 아파트 한채 샀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글 아래에 이러쿵 저러쿵 댓글들이 올라왔는데 먼저 대표적인 댓글들을 보자. ●아직도 집 장만에 목숨 거는 젊은이들이 많은것 같네요. 대출까지 무리하게 받아가며 그럴 필요 있을까요? 전세 살면 어떻습니까? 삶을 좀 여유롭게 즐기면서 살아보세요. ●양도 차익도 별로 없을테니 빨리 처분하시고 그냥 전세사세요... 언젠가는 전세가 밑으로 집값이 떨어질 날 올 것입니다. ●글쓰신분 대단하세요,,성공하실겁니다..세상의 모든 와이프들을 응원합니다. ●집이 우선이 되는 이 사회가 싫긴하지만 어쩔수 없죠..이게 현실이니..^^; 암튼 고생했습니다. 집 장만하셨으니 앞으로는 약간은 누리(?)면서 사세요. 아 ~ 근데..

opinion 2009.07.14

추모에는 말이 필요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2002년부터 해서 그의 재임기간 내내 나는 '대통령 노무현'을 비판하는 편에 섰다. 내가 비판했던 것은 '대통령 노무현'이었지, '인간 노무현'은 아니었다. 물론 한 사람을 두고 딱 부러지게 구분해서 인식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대개 그의 정치행위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고 비판했다는 뜻이다. 그가 투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타인의 죽음 앞에 고개 숙이고 명복을 비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도리이다. # 1 그런데 변희재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국민 세금 1푼도 쓰지 마라"고 주장한다. "끝까지 국민에게 봉사하는 의무를 다 하지 못했기 때문에 예우를 박탈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폭의 보스' 어쩌고 하는 변희재의 문장에서는 할말을 잃는다. 전직..

opinion 2009.05.27

부분적 사실

생협운동을 '중산층 먹거리 운동'으로, 대안학교를 '자신의 아이만은 특별하게 기르고 싶다는 부모의 욕심이 투영되는 또다른 귀족학교'로, 민주노총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귀족노조'로, 생각하는 부류들이 있다. 당연히 그러한 생각들은 편협한 것이고, 올바르지도 정당하지도 않은 비난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허무맹랑한 소리이니 무시해도 좋다고 할 수만도 없다. 그것이 작은 오해이든, 진심어린 비판이든, 악의적인 폄훼이든, 잘난 척 하는 냉소이든 아니면, '알바'들의 음해공작이든 상관없이 극히 부분적이나마 사실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운동과 대안적 의제들이 완전무결할 수는 없지만.

opinion 2008.11.27

창우의 꿈

선생님이 묻는다. "민희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집 고치는 디자이너..."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네!" "창우는 뭐가 되고 싶어?" "저는요, 강처럼요, 마음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 강처럼... 이 섬진강처럼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럼 나중에 창우는 시 쓰겠네. 창우는 강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고 그랬으니까." "민희야, 창우가 진짜 시 잘 쓴다. 창우가 쓴 시 하나 읽어줄까?" "네." "음... 뭐라고 썼냐면, 이제 눈이/안온다/여름이니까. 잘 썼지? 되게 잘 썼어. 창우 참 멋지지?" -김용택 선생님과 학생들의 대화 좋은 선생님과 좋은 아이들, 좋은 자연 속에서 좋은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아이들이 부자와 연예인을 장래희망으로 꿈꾼다. 아이들은 어른들..

opinion 2008.11.23

희망

희망에 대해서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희망은 마냥 이야기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절망 속에도 희망은 있다'는 식으로 쉽게 긍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지독한 절망 상태라면 그것은 절망이지 '희망은 있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쇠로 만든 방'에 대한 루쉰의 이야기가 있다. 90년대 후반 무렵, 나는 그 이야기가 희망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런데 10여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이해한 것 같다. 루쉰은 희망이 아니라 오히려 절망을 말했다. 분명히 그랬다. "가령 말이야. 쇠로 만든 방이 있다 치자구. 창문은 하나도 없고 부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야. 그 안에 많은 사람들이 깊이 잠들어 있는데, 머지 않아 모두 숨이 막혀 죽을 거야. 하지만 혼수 상태에서 죽어가는 거니까 죽음의 비애..

opinion 2008.11.22

의식격차

를 보고나서 통계자료를 찾아보았다. 한국의 초중고 학생들의 77%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 학생1인당 월평균 28.8만원이 사교육비로 쓰인다. 한국에서 자녀들의 사교육비로 나가는 돈이 연간 20조원이다. 한국정부 한해 교육예산의 절반에 달한다. 서울 일반계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7.5만원이다. 읍면지역에서는 7.9만원으로 거의 1/5 수준으로 떨어진다. 성적에 따라 사교육비도 차등이 있다. 상위 10% 학생들은 30만원, 하위 20% 학생들은 12만원을 쓴다. 굳이 통계를 뒤지지 않더라도, 지역이나 성적에 따른 사교육비의 차등이 있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더욱 무서운 진실은 사교육을 받지 않는 23%에 있다. 는 이렇게 말한다.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이유 월소득 ..

opinion 2008.11.22

믿는 구석

자유롭게 남다른 선택을 하며 사는 사람들을 나는 좋아한다. 사회 또는 가족이 정해주거나 강요하는 삶의 방식을 거부하고 '자기의 삶'을 사는 사람들.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생(?)을 자처하면서도 불행해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다른 선택은 '고생'과 갈등을 운명처럼 업고 다니기 마련이다. '정상적인' 루트를 벗어난 삶에는 거의 궁핍과 가난이 따라 붙는다. 물론 이것은 개인의 탓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현상에 가깝다. 사회는 남다르게 사는 이들을 용납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모든 실존적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에 떳떳할 수 있다는 것은 보통의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여기까지는 그럴 듯 하고 올바르기까지 한 스토리다. 그런데, 알고 보니 '믿는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다는 사실..

opinion 2008.08.15

제발 해설을 해다오

지난 일요일, 학교 근처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박태환 선수의 경기장면과 금메달 따는 순간을 보고야 말았다. 당연 축하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데 해설자들의 '광분' 때문에 이내 짜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해설'은 없고 '광분'만 하는 그들. 거기다가 대한민국이 어쩌고 하는 애국주의 선동도 잊지 않는다. "박태환 선수가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것처럼 우리 대한민국도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순간입니다아~~" 뭐 대충 이런 식의 말을 흥분하면서 외치는 해설자와 캐스터. 박태환은 박태환이고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이지. 박태환이 1등이니까 대한민국도 1등이라니! 그런 흥분은 국민들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라. 해설자는 '해설'을, 캐스터는 '진행'을! 도대체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역시 에..

opinion 2008.08.11